이건용 기자

3·1절은 우리 민족이 일본의 식민통치에 항거하고, 독립선언서를 발표해 한국의 독립의사를 세계만방에 알린 날을 기념하는 날로, 태극기는 3·1절 만세운동의 상징이다.

1919년 3월 1일 정오 사람들은 일제히 거리로 뛰쳐나와 태극기를 흔들면서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 우리 고장 공주에서도 정안면 석송리 만세둑에 많은 사람들이 운집해 만세운동을 벌였고, 김순명 선생과 이병림 선생 등이 일본헌병의 총칼에 순국했다.

제98주년 3·1절을 맞아 전국 곳곳에서 독립운동의 정신을 되새기는 행사가 열렸다. 공주시 또한 오전 10시 공주문예회관에서 애국지사들의 숭고한 애국정신을 기리고 3·1운동의 정신을 이어받아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일깨우기 위한 기념행사를 열었고, 태극기 물결도 빠지지 않았다.

태극기는 1919년 항일운동의 상징이자, 대한민국의 상징이다. 1945년 광복의 기쁨과 1950년 6.25전쟁, 1980년대 민주화운동 등에도 언제나 함께했다. 월드컵을 비롯한 각종 스포츠 경기에서도 태극기를 바라보며 눈물 흘리는 선수들의 모습은 국민들을 하나로 응집시키고 가슴 뿌듯하게 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 국민과 함께 애환을 같이해 온 태극기의 상징이 흔들리고 있다. 우리 국민의 정신적 표상이자 우리의 얼인 태극기의 정신이 훼손되고 있다.

최근 탄핵폭풍에 휩싸이면서 정치적 도구로 전락하고 있으니 씁쓸하다. 촛불집회에 맞선 맞불 집회에 태극기가 등장하더니 이제는 논란리본 태극기까지 등장했다. 우리의 자랑이자 우리의 정체성인 태극기가 시위도구로 전락하고 있으니 안타깝다.

평소대로라면 당연히 전국을 뒤덮어야 할 태극기지만, 올해만큼은 썰렁하다.

정치적으로 오해받을까봐 태극기 게양을 꺼리고, 심지어 태극기를 내건 지자에 민원을 제기하는 일까지 이러나고 있는 현실이다. 유통업계도 썰렁하긴 마찬가지다. 이맘 때만 되면 진행했던 ‘태극기 마케팅’ 또는 ‘애국심 마케팅’이 쏙 들어갔다. 정치적 민감성 때문이다. 태극기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사용되면서 더 이상 순수한 애국심으로 비춰지지 않는다는 것.

심지어 태극기가 잘못 사용되고 있다며 태극기에 불을 지른 20대 남성이 경찰에 입건되는 등 갈등의 상징으로까지 전락하고 있다.

우리의 자랑스런 태극기가 정치적 도구로, 시위 도구로 전락해 사회갈등의 상징으로까지 이미지가 추락하고 있으니 98년 전 일제의 총칼에 분연히 일어서 기꺼이 목숨 바쳤던 선열들이 통탄할 노릇이다.

모 업체의 최근 ‘태극기 게양’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2%가 태극기를 보고 불편한 감정이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고, 특정 집단의 상징물인 것처럼 느껴지고 태극기가 가지고 있던 고유의 이미지가 손상됐다는 느낌이 받았다는 응답은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집회나 시위에서 태극기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응답이 전체의 45%에 달해 반대 입장 27%의 두 배에 가까운 점도 시사하는 바 크다.

태극기 하면 느끼는 이미지는 애국심이 34%로 가장 많은 응답률을 기록했고, 감동, 평화, 승리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태극기에 담긴 뜻과 일치한다. 흰색 바탕에 가운데 태극 문양과 네 모서리의 건곤감리(乾坤坎離) 4괘로 구성된 태극기는 조화와 평화를 사랑하는 우리의 민족성을 나타내고 있다.

오늘은 3·1절이다. 일본의 식민지배에 저항해 전국에서 태극기를 들고 독립을 외치며 만세운동을 펼쳤던 날이다. 수많은 사람이 일제의 총칼에 쓰러지면서도 끝까지 태극기를 품었고, 나라사랑 정신을 포기하지 않았다.

국가의 상징인 신성한 태극기가 더 이상 정치적 도구로, 갈등의 도구로 전락하지 않았으면 한다. 태극기에 담긴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겼으면 한다.

이건용 기자 lg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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