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그시 프라이스(태런 애거튼 분)는 뒷골목에서 흔히 볼 법한 문제아다.

에그시가 다른 면이라면 높은 IQ에 올림픽 체조 꿈나무로 활동했지만 학교도, 해병대도 중도에 그만뒀다는 점이다.

기어이 폭주족 사고까지 내고 경찰서로 끌려간 반항아 앞에 근사한 신사가 나타난다.

해리 하트(콜린 퍼스)라는 이름의 신사는 에그시를 경찰서에서 풀어주면서 뜻밖의 제안을 한다. 더 추락할 곳이 없는 에그시는 그 제안을 받아들여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취업 면접"을 치르게 된다.

매튜 본 감독의 새 작품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는 실패한 인생을 살던 거리의 소년이 국제비밀정보기구인 '킹스맨'의 최정예 요원으로 거듭나는 내용을 담은 스파이 영화다.

마크 밀러와 데이브 기번스의 그래픽 스파이 소설인 '킹스맨: 시크릿 서비스'를 원작으로 한 영화는 요즘 유행어를 빌려 말하자면 '만찢', 즉 만화를 찢고 나온 듯한 화면으로 시청자들을 단숨에 빨아들인다.

영화를 보다 보면 문득 만화책을 한 장 한 장 손끝으로 넘기는 듯한 느낌이 든다.

특히 콜린 퍼스가 지팡이 하나로 선보이는 절도 있으면서도 리듬감 넘치는 영국 신사의 액션은 그 쾌감을 더한다.

영화 '오만과 편견'과 '브리짓 존스의 일기', '맘마미아' 등을 통해 국내에서는 부드러운 신사 이미지가 강한 콜린 퍼스는 연기 인생 최초로 액션 블록버스터에 도전했다.

영화는 킹스맨의 역사와 에그시의 불행한 가정사, 킹스맨의 신입대원 랜슬롯으로 선발되기 위한 젊은이들의 혹독한 훈련, 악당 발렌타인의 음모 등 작은 이야기들로 촘촘히 짜여 있다.

스파이 영화랍시고 무게감을 잡는 것이 아니라 재기 발랄한 상상력으로 무장한 것도 작품의 장점이다.

새뮤얼 잭슨이 분한 발렌타인은 힙합 스타일 옷차림에 장신구를 주렁주렁 달고서 기존의 스파이 영화 속 악당 이미지를 전복시킨다.

호화 저택의 테이블에 앉은 해리 하트와 발렌타인이 맥도날드의 어린이용 햄버거 세트인 해피밀로 만찬을 즐기는 장면도 위트가 넘친다.

영화는 킹스맨과 발렌타인의 전면전으로만 오롯이 흐르지 않고 반전을 거듭한다.

영화는 그 덕분에 끝까지 긴장과 재미를 잃지 않으면서 오락물로 충분히 가치를 입증한다.

콜린 퍼스의 해리 하트뿐 아니라 주요 캐릭터들이 하나하나 모두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다.

눈썹만으로도 반항아 기질을 보여주는 태런 애거튼은 무게감 큰 배우들에 밀리지 않은 채 자신의 배역을 무난히 소화했다.

크게 자랑할 작품 이력 하나 없지만 태런 애거튼은 영국 TV 드라마에 출연하던 중 매튜 본 감독의 눈에 띄었다고.

발렌타인의 오른팔인 가젤이 칼날로 만들어진 두 다리로 선보이는 유연한 액션은 해리 하트의 액션 못지않게 인상적이다. 가젤 역의 소피아 부텔라가 알제리 무용수 출신인 덕이다.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만인의 만인에 의한 투쟁'식 현란한 액션을 잘 눈여겨보자.

이 액션 시퀀스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올드보이'(2003) 장도리 장면에 영감을 받았다는 게 매튜 본 감독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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