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호재·개발 서부 편중 심화 동부 박탈감

원도심 등 찬밥 ··· 균형발전 전략 마련 시급

“과학벨트요? 노은이나 둔산 같은 신도심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좋겠어요. 아파트 값이 벌써 평(3.3㎡)당 100만 원씩 올랐다고 하는데 아마 더 오른다고 하지요? 우리에겐 다른 나라 이야기 같아요.”

대전 동구 가오동에 거주하는 심 모(52) 씨 이야기다. 심 씨는 “전셋집을 전전하던 몇 년 전까지 내 집만 가지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저쪽(노은·둔산) 집값은 쑥쑥 올랐다고 하는데, 내 집은 그렇지 않으니 딱히 설명하기 힘든 먹먹한 느낌이 든다”고 토로했다.

◆ ‘신구’논란에서 ‘동서’논란으로
대전은 지금 서부개척 시대다. 서북부에 세종시와 과학벨트란 대형 호재가 찾아왔다. 서남부에도 도안신도시 개발과 관저지구 대형쇼핑몰 입점이 탄력을 받고 있다. 유성구와 서구 등 대전 서부 지역에서 아파트 값이 덩달아 춤을 추는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문제는 대전의 신흥개발 지역인 이 지역에만 개발 호재가 집중되고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대전의 부(富)가 동서로 양분되는 경향을 보이는데 있다. 서울의 강남·북 문제가 대전에서 재연되고 있는 셈이다.

지난 1988년부터 1994년까지 1조 3300억 원을 투입해 둔산신도시를 개발한 이후, 대전은 ‘원도심 공동화’라는 쓰라린 경험을 했다. 이후 ‘원도심 활성화’는 대전 발전의 최대 화두가 됐다. 그러나 대전의 도시개발 정책은 역주행 중이다. 돈이 서쪽으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이 서쪽으로 향하면서 돈을 편중시키고 있는 형국이다.

◆ 서부편중 갈수록 심화
노은 1,2지구 사업을 통해 이미 5만 7000여 명이 서부로 향했다. 과학벨트 최대 수혜지역으로 손꼽히는 대덕테크노밸리에도 3만 3000명이 거주할 수 있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도안신도시는 둔산신도시가 수용한 22만 5000여 명을 2배 이상 능가하는 규모로 조성되고 있다. 올 하반기 6개 건설사가 8000여 세대 신규아파트를 공급하면서 본격화될 도안신도시 사업은 58만 명이 거주할 수 있는 매머드 사업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도안신도시와 대덕특구, 관저지구 등에 보유한 아파트 용지 매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면 동부지역 뉴타운사업과 주거환경개선 사업은 답보상태다. 도룡·오정 뉴타운사업을 제외한 7개 사업이 표류 중이며, 소제·대동·구성2·천동3 지역 등 주거환경개선사업은 천문학적 재정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LH 사업재조정 여파로 사실상 무산 위기를 맞고 있다. 대전 동부지역 주민들의 원성이 LH와 대전시로 향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 중장기 전략마련 시급
시 도시정책 관계자들은 대전의 입지특성 때문에 서부개발 편중이 불가피하다고 해명하고 있다. 도시가 팽창하는 과정에서 동부지역이 대청댐 상수도보호구역과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이면서 자연스럽게 서부지역으로 개발수요가 분출되는 ‘화산 효과’를 보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전지역 정치권이 ‘세종시 원안사수’를 부르짖으며 내세운 가장 큰 명분이 ‘균형발전’이었던 것을 돌이켜 보면, 해명의 수준이 군색할 따름이다.

일각에서는 옥천, 금산 통합논의 등 장기 전략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대전과 충남·북이 힘을 모아 대전 남동부 인접 시군에 대규모 산업단지나 국책사업을 유치하면 시너지를 크게 발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전의 동서격차를 크게 해소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대전시민의 의사뿐만 아니라 인접 시군민의 의사가 반영돼야 할 사안이기 때문에 비현실적이라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2012년이면 충남도청, 충남교육청, 충남지방경찰청 등 원도심을 상징하는 대형 관공서가 충남 내포신도시로 이전하게 된다.

지역대학 한 행정학과 교수는 “오죽하면 충남도청 이전 뒤 대전시청이 다시 도청 자리로 들어와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겠느냐”며 “시장을 비롯한 정책담당자가 서쪽 말고 동쪽도 좀 봤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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