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찬 대전시 교통건설국장

“대전시가 올해 시내버스를 51대나 증차한다면서요? 우리 집 앞으로도 버스노선 좀 신설해 주세요.”

요즘 버스부서에 하루 종일 걸려오는 압력성 전화 내용이다. 대전에는 현재 965대의 시내버스가 있으며 사고를 대비한 51대를 제외한 914대가 매일 대전의 전 지역을 오가며‘시민의 발’역할을 해오고 있다. 1일 914대가 운행하는 횟수는 5100회이며 시내버스를 타고 내리는 시민은 작년 말 기준 1일 41만 3000명 정도다. 나도 그중의 한 명이며 아침 출근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도안동로에서 급행3번을 기다린다. 급행3번은 원내동에서 둔산동을 빠르게 갈 수 있는 버스로, 어떤 날은 승객이 너무 많아 앞으로 타지 못해 하차문으로 타는 날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운전기사님의 뒤로 조금씩 이동해 달라는 부탁 멘트에 아무런 불평 없이 움직여 기다리던 승객이 버스를 탈 수 있도록 양보해 주는 모습을 몸소 겪으면서 은하수네거리정류소에서 내려 시청으로 발길을 옮긴다. 시청으로 걸어오는 동안 머릿속에는 시민께 감사드리는 마음과 죄송한 마음이 교차하게 되고 한 숨도 한 번 크게 쉬어보기도 한다. 시에는 이와 같이 출퇴근시간에 버스 이용이 불편한 노선이 10여 개 정도가 된다. 5000여 세대가 입주해 있음에도 노선은 단 하나인 지역이 있는가 하면 1시간 또는 1시간 30분마다 시내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이 여러 곳이 있다. 그동안 이런 노선과 지역의 불편을 해소하고자 현재 운행대수를 효율화해 개선해 보았으나 시내버스의 추가 투입 없이는 이런 불편 해소가 곤란하다고 판단돼 올해 시내버스 51대를 증차해 운행할 계획이다.

증차되는 버스의 투입 방향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선 지역에 신규노선을 공급하고 둘째 한밭대로 등 주요 간선축을 운행하는 노선 중 버스가 와도 승객이 많아 탑승이 어려웠던 구간에 출·퇴근시간만 운행하는 수요대응노선을 신설하며 셋째 외곽지역에 제자리 환승체계와 배차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Hub&Spoke형 노선을 전국 처음 시도한다. 아울러 시민의 목소리를 담은 버스정책도 증차와 함께 투입하여 버스이용 시민이 늘어나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도입되는 버스를 고급화하고, 저상버스를 확대하면서, 버스 내·외부도 상큼하고 정감 있게 디자인할 예정이다. 또 교통카드도 하차단말기를 1대 더 추가해 빠르게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운수종사자의 제복 특색화, 버스 내 캐리어박스 설치도 추진한다. 이와 함께 공영차고지 확대, 전국 최초 유개승강장 민간분양과 함께 유개승강장 확충, 세차기 설치 등 시내버스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기반시설 확대에도 노력한다. 또‘대전에 가면 모든 운수종사자가 친절하다’라는 칭찬을 받을 수 있도록 친절운수종사자 멘토제, 올 해의 최고 친절운전자 BUS-King 선발 등 다양한 시책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시내버스를 직접 타는 시민들과 함께 격의 없는 소통의 날 이벤트(가칭‘시내버스를 말하다’)도 올 하반기에 추진해 수렴된 의견은 내년도 시책에 반영하고자 한다.

이런 정책을 펴나가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을 것으로 여겨지지만 시민들께서는 요구사항이 100% 충족되지 못하는 점에 양보와 이해를, 운수종사자는 승객은 내 이웃이라는 생각과 응대를, 업계는 안전하고 친절한 버스 만들기에 적극 동참하는 자세를, 대전시는 시내버스가 진정한 시민의 발로 거듭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으려는 정책을 잘 융합하면 진정 대전 시내버스가 대한민국 대표 표준버스인 KS-BUS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그러면서‘이젠, 대전도 자가용보다 시내버스 타기가 편리해’라는 시민의 목소리를 여기저기서 들을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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