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은 아닌 업소만 처벌대상에…유혹떨칠 실효성 있는 대안 시급

#1. 대전 서구에 거주하는 대학생 A(24) 씨는 새학기마다 수업 교재 때문에 고민이다. 복제가 불법 인 것을 알지만 통상 수업을 마치면 다시 그 책을 보지 않고 한 학기에 진도를 전부 나가지도 않기 때문에 제 값을 주고 사기 아깝다는 이유에서다. 다들 교재를 복제해 사용하고 있는데 혼자만 새 책을 구입하면 바보가 되는 것 같기도 해 결국 그의 발걸음은 인쇄소로 향한다.

#. 지역의 한 대학교 강의실에선 수업이 끝나자 단체로 교재를 복제하기 위한 주문을 받고 있다. 2만 원이 넘는 교재를 만 원도 되지 않는 금액으로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름을 적는다. 여기에 담당 교수가 자신이 저작권자이니 필요하면 복제하라고 하기도 하며 복제본을 중고로 파는 경우도 있어 10분의 1가격에 구입하기도 한다.

새학기를 맞은 대학생들이 책과의 전쟁이 한창이다. 매 학기가 시작되면 이와 관련한 단속이 실시되지만 전공 책 뿐만 아니라 교양 책까지 복제하는 관행은 여전했다.

15일 한국저작권보호원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이달 대학가에 만연한 교재 불법복제에 대응하기 위해 전국 450여 개 대학가와 2500여 개 복사업소 등을 중심으로 단속을 진행한다. 이번 단속은 문체부 저작권특별사법 경찰과 공조해 영리·상습적 불법 복사업체에 대해 강력히 조치하고 특별단속 기간 이후엔 수시단속으로 전화해 지속적으로 출판 불법복제물 단속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문체부의 2015 저작권 백서를 보면 출판 불법 복제물의 경우 매년 전국 주요 대학의 개학 시기에 맞춰 대학 및 인근 복사업소·학원가·인쇄소를 중심으로 상·하반기(3·9월) 2차례에 걸쳐 집중 단속을 추진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 2015년엔 총 459건, 1만 6335점을 수거했으며 전년대비 각각 24.4% 90건, 5.6% 861점이 증가했다. 경기 침체로 대학생들이 대학 교재 구입에 대한 경제적인 부담감이 커져 불법 복제 수요가 증가, 적발 건수와 점수가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이러한 불법 복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단속과 더불어 책을 구입하는 것이 손해란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대학과 교수들이 방관이 아닌 대안을 마련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한다고 주문한다. 현행법상 책을 불법 복사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반면 현행법상 영리 목적으로 불법 복제를 한 업체만 단속 대상이기 때문에 학생의 경우 처벌 대상이 아니며 인쇄소의 경우 복제가 주 수입원이 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근절되기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지역 대학 관계자는 “학생들이 비싸서, 돈이 없어서란 이유를 들면 현실적으로 권고를 할 순 있지만 강요하긴 어렵다”며 “현 시스템 자체가 쉽게 유혹을 떨칠 수 없도록 한 상태인 것 같다. 복제를 하지 말라는 일차원적 방안보단 실효성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정관묵 기자 dhc@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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