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벨트 부동산효과 부풀리기 경쟁

일부 언론 구체적 근거없이 '카더라' 보도

실수요자만 피해 ··· 투기조자 비판론 고조

“개발 기대감에 땅값도 꿈틀거려 대전 대덕밸리 주변 땅값이 과학벨트 발표 이후 40%가량 뛰었다.”

지난달 30일자 한 서울지역 일간지 경제섹션 머리기사 내용이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 인근 지역 부동산 동향이 연일 주요 언론 단골메뉴로 등장하고 있다. 대전·충청권 부동산 뉴스가 전국적 관심 사안으로 급부상한 셈이다. 그러나 이 같은 보도태도가 오히려 투기를 조장한다는 비판론 또한 만만치 않다. 과학벨트 조성 이전에 투기벨트가 먼저 형성되는 것 아니냐는 자성의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카더라’식 보도 릴레이
‘충청이 뜨겁다…대덕 땅값 열흘새 40% 급등’. ‘대전 땅값, 과학벨트가 40% 올렸다’. ‘대덕지구 인근 부동산시장 달아오른다’. ‘과학벨트 효과…대전 관평·송강 3000만원 쑥’. 최근 주요 일간신문과 경제신문들이 쏟아낸 기사 제목들이다.

이들 언론의 취재는 과학벨트 최대 수혜지역으로 손꼽히는 대덕테크노밸리 아파트 가격변동에 집중됐다. 유성 노은지구 아파트 가격 상승폭과 세종시 첫마을 1단계아파트에 붙은 프리미엄 가격도 주요하게 거론됐다. 테크노밸리 아파트 가격이 순식간에 3000만 원 올랐다거나 첫마을 아파트에 5000만 원 이상의 프리미엄이 붙었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한 경제신문과 서울지역 일간신문은 심지어 과학벨트 인근 땅값이 40% 올랐다는 보도를 이어가기도 했다. 그러나 기사 내용에는 가격상승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가 없다. 부동산중개사무실 관계자의 입을 빌은 대표적인 ‘카더라’식 보도인 셈이다. 

◆정말 그렇게 올랐나
대덕테크노밸리에서 부동산중개사무실을 운영하는 A씨는 “집 주인들의 매도 물량 회수로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는 게 실상”이라며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져야 실제 가격이 얼마나 올랐는지 알 수 있는데, 지금은 그런 상황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유성구 반석동의 공인중개사 B씨는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노은지구 아파트값이 크게 오른 이후 지금은 거래가 뜸한 상황”이라며 “중개수수료를 통해 먹고사는 우리는 최근 같은 상황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고 언급했다.

KB국민은행이 지난달 30일 밝힌 아파트매매동향 자료에 따르면, 대전 유성구의 경우 과학벨트 호재로 1주 동안 1%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간 상승률 1%는 전국 최고수준의 급등을 의미한다. 3억 원대 아파트 가격이 과학벨트 입지확정 후 2주 만에 무려 3000만 원(10%) 가량 상승했다는 보도가 얼마나 과장된 것인지 직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언론이 투기를 조장한다?
언론이 오히려 투기를 조장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수도권 부동산 침체 보도와 대전·충남 부동산 활황 소식이 맞물리면서, 언론이 대전·충남을 투자처로 지목하는 것처럼 해석되기 때문이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투기자금이 쏠리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실수요자들에게 돌아간다”며 “일부 주택 소유주들이야 반사이익을 볼 수 있겠지만, 매매차익 실현이 없는 한 기분만 좋은 것이고 결국 지역민이 얻는 이익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언론이 제 역할을 방기하고 엉뚱한데 관심을 가진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들린다. 이기동 대전충남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사무국장은 “최근 과학벨트 관련 주요 언론보도 행태는 투기를 조장하는 모습으로 비칠만큼 우려스럽다”며 “가격이 올랐다면 정확하게 데이터를 제시하고, 중간에 투기세력이 끼어들지는 않았는지, 이런 현상이 어떤 사회적 영향을 미칠 것인지 등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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