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덕원 세종경찰서 여성청소년계장 경감

 

가정폭력, 아동·학교폭력 등 여성청소년 관련 업무를 담당하다 보니 학생, 학부모, 교사뿐만 아니라 청소년, 여성 관련 유관기관 관계자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많다. 현안문제 해결을 위한 자문이나 조언을 구하기 위한 경우도 있지만, 업무협조를 위한 회의나 간담회를 통한 만남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 자리를 통해 경찰이 아닌 외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대안까지 찾을 수 있어 남다른 의미가 있다. 실제로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대책회의나 가정폭력 솔루션회의의 경우 서로 다른 기관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원인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찾다 보면 풀리지 않던 문제가 의외로 쉽게 해결되기도 한다.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는 속담처럼 각 기관이 하는 일은 서로 달라도 여성·아동·청소년·노인 관련 범죄 예방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간담회나 토론회 때마다 다수의 참석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가정·학교폭력, 아동·노인학대 등 이미 사회적 이슈가 되어 버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정의 역할이 재정립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배경에는 실제 사례나 상담을 통해 가족 구성원 간 갈등, 무관심이 원인이 되어 가정이 해체되거나 범죄로 이어지는 사례를 많이 경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가정 내에서 부모로부터 받아야 할 가정교육까지 학교나 학원 등 다른 기관에 떠넘기는 것이 일반화되었다고 지적한다. 사실 요즘은 맞벌이 가정이 늘어 아이들은 학교나 학원에서 부모들은 가족보다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식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는 것조차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또한, 한 자녀 가정이 늘면서 남의 자식에 대한 배려보다는 자기 자녀 중심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풍조도 강해지고 있다. 이러다 보니 아이들이 부모로부터 받아야 할 기본적인 인성교육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자녀 양육이나 교육을 둘러싼 부부갈등이 가정폭력 등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동이나 노인 학대 문제도 마찬가지다. 가정 내에서의 문제가 원인이 되어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얼마 전 간담회를 마치고 대화를 나눴던 한 참석자가 들려줬던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 ‘부모는 아이들의 거울이고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 나가서도 샌다.’ 그만큼 가정과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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