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신호 시스템, 기술혁신에 '안전'을 더하다

노력하지 않는 꿈은 망상에 불과하다. 하지만 노력만으로는 성공을 장담하지 못한다. 노력을 기본으로 한 아이디어, 실력, 열정 등 이 모든 요소가 갖춰졌을 때 비로소 성공이라는 결실을 얻기 마련이다. 주저할 필요는 없다. 홀연히 혹은 깨지면 딛고 일어서 이제 ‘대전 유망중소기업’이라는 타이틀을 갖게 된 이들이 있다. 유망하다는 것은 가능성을 의미한다. 하루에도 많은 기업이 생기고 없어지길 반복하는 현실에서 앞으로의 모습이 기대되는 유망중소기업들의 농익은 경험은 예비 창업자들이 세상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는 훌륭한 자양분이 될 수 있다. ‘2016년 선정 대전 유망중소기업’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들여다본다. 편집자

성실하다는 말은 특별하다. 가장 기본적인 가치이지만 모든 이에게 적용되지 않는 탓이다. 한 기업의 구성원이 모두 성실하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지만 사람 맘이라는 게 참 간사하다. 여기 성실함을 기본으로 끊임없는 도전을 통해 기업을 이끌어 온 사람이 있다. 대경이앤씨 박성원(55)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대전이라는 작은 시장에서 자신보다 큰 경쟁사를 상대하며 무수한 도전을 해온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연고 하나 없는 낯선 땅에서의 시작

박 대표에게 대전은 말 그대로 낯선 땅이었다. 지역에 연고가 없다 보니 작은 것 하나도 그에게는 모두 어려움으로 다가왔다. 더욱이 그가 회사를 이끌며 경쟁을 해야 할 상대는 어지간히 덩치가 큰 중견기업이었다. 당연하게도 주변의 시선은 고울 수 없었다.

“처음 시작할 때 주변 사람들이 3~4년이면 쫓겨 고향으로 내려갈 것이라는 불길한 예상을 하곤 했습니다. 터를 잡은 대전의 시장규모는 크지 않은 데 반해 우리의 경쟁사는 직원이 40~50명이나 되는 기술력을 갖춘 중견기업이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오히려 도전하고 싶었습니다. 승부욕이 발동한 것이지요.”

승부를 봐야겠다고 결심한 박 대표를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은 한마디로 정의했다. 바로 ‘무모한 짓’이라는 평이다. 규모면에서도, 인지도면에서도 차이가 났기 때문이지만 어쩌면 무식해 보일 수 있는 ‘계란으로 바위치기’가 이제는 여 보란 듯이 성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 중소기업의 고질병…‘자금난과 인력난’

중소기업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멍에 같은 불편한 말이 있다. 자금난과 인력난이다.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중소기업에 해당되는 어려움이다. 박 대표 역시 그 어려움을 겪었고 지금도 항상 대비을 하고 있다.

“사업 초반 자금 대출을 받기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무언가가 있어야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데 우리에게는 그것이 없었으니까요. 2012년 기업부설 연구소를 설립해 기술개발을 하면서부터 그나마 숨통이 트였습니다.”

기술이 중소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기술을 연구하기 위한 자금을 만들기 어려운 탓에 많은 중소기업은 연구소를 설립하는 일을 망설이곤 한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박 대표는 과감한 선택을 했고 그의 선택은 정답에 가까운 결과를 얻었다.

“기술력을 인정받으면서 기업신뢰도가 높아졌고 그 덕분에 아직까지 운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력난에 대한 물음에 박 대표는 잠시 멈칫했다. 그만큼 그 시절 고생했기 때문이리라.

“직원들이 참 많이 바뀌었습니다. 기술을 배우고 나면 스카우트를 받아 다른 회사로 이직하기 일쑤였습니다. 저희 같은 작은 기업에선 잡을 수 없었죠. 실력에 맞춰 급여나 복지를 만족시키기 어려웠던 까닭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논리와 힘은 당연하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는 말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도, 관계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삶에서 돈이 차지하는 비중도 무시할 수 없다. 반열에 올라선 기업의 자금력과 시작한 지 몇 해 되지 않는 기업의 자금력은 차이가 난다. 당연히 직원들에게 돌아가는 급여도 마찬가지다.

“직원들을 급여만으로는 잡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연봉제였죠. 법이 정한 범위 안에서 직원들이 노력한 만큼에 대한 보상을 확실히 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직원들에게 목표를 세우게 하고 그 목표를 향해 가는 직원들을 뒤에서 열심히 돕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직원의 성장이 결국 회사의 성장이니까요.”

대경이앤씨는 나이와 학력 차별이 없다. 자신의 실력을 높일수록 더 많은 급여를, 더 높은 직급으로의 승진이 가능하단 뜻이다. 자신만의 목표를 위해 레벨업하는 직원들로 인해 회사는 점점 성장했고 그 결과물은 직원들의 마음을 채웠다. 물론 주머니 사정도 전보다는 좋아졌다는 점은 비밀 아닌 비밀이다.

“직원들과 오래 근무하는 회사가 되기를 희망했습니다. 직원 스스로 뭔가를 목표하고 도전한다면 회사는 그것에 대해 아낌없이 지원합니다. 회사 내에서 자신의 역할이 뚜렷하고 목표를 설정할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 새로운 시작점

대경이앤씨는 ‘횡단보도 이종 객체 검지기술’로 지난해 신기술(NET) 인증을 받았다. 또 안내 보조 장치 특허 외 7건의 지식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다. 박 대표가 강조한 기술연구의 결과물이다.

“지난해 신기술을 인증을 받으면서 새로운 출발선에 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판매실적이 있을 경우 신기술 인증을 받을 수 없었기에 영업측면에서 다소 부진했지만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영업에 뛰어들 생각입니다.”

벌써 반응을 보이는 곳도 있다고 운을 떼는 박 대표의 얼굴에선 희망이 읽혔다. 그간 고생의 결과물이 달콤한 열매가 돼 돌아오는 기대에 찬 느낌이랄까.

“일을 많이 하던 시절, 참 힘들었지만 불만이라는 감정보다는 자부심에 가까웠습니다. 내가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함이었습니다.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도전했고 다행히도 좋은 결과를 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무대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박 대표가 내다보는 미래의 청사진은 소박하다. 돈을 많이 벌어 편한 노후를 그리기보다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무언가를 하겠다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미래의 누군가가 우리로 인해 편리함을 느끼고 위험함을 덜 느낄 수 있게 하는 것 말입니다. 지금 혹은 과거에 불편하고 불합리한 일이었고 위험했던 무언가가 우리로 인해 바뀐다면 그것만큼 만족스러운 일이 없을 겁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 더 노력하겠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서 그 흐름을 읽지 못하면 도태되기 마련이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또 앞으로도 성실이라는 기본을 지키며 한발 한발 내딛는 그의 모습은 아름답다. 비상(飛上)을 앞둔 그들의 앞날이 기대된다.

글=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
사진=전우용 기자 yongdsc@ggilbo.com


㈜대경이앤씨(www.dkenc.com)

㈜대경이앤씨는 2002년 설립돼 교통신호기 분야에서 경험을 축적하고 기업부설 연구소를 설립, 스마트 보행자 안내 시스템 분야의 연구개발을 통해 신기술(NET) 인증과 조달청으로부터 우수조달물품으로 지정받은 해당 분야의 기술 선도 기업이다. 신기술 적용제품 인증, 보행신호 음성안내 장치 성능인증, 보행자 안내 시스템 GS인증 등의 제품 인증을 받았고 INNO-BIZ, MAIN-BIZ, ISO 2008:9001 등의 기업 인증을 받았다. 주 품목은 보행자 자동인식 신호기, 보행신호 음성안내 보조장치, 교통신호제어기, 신호등, 첨단교통신호시스템 설계, ITS관련 설계 및 전문시공, BIT 제작·설치, 교통신호기 설계 및 전문시공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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