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제도 개선책 마련
증권사 창구서 판매 가능
“높은 이자를 주는 예금인 줄만 알고 돈을 넣었는데 몽땅 날려버릴 수 있다니….”
대전저축은행을 비롯한 부실 저축은행에 5000만 원 이상 목돈을 예치한 예금주들과 함께 속이 검게 타들어 가는 이들이 후순위채권 투자자들이다.
후순위채는 금융기관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끌어올리는 수단으로 발행하는데 발행기관이 파산할 경우 다른 채권자들의 부채가 모두 청산된 다음에 마지막으로 상환받을 수 있는 채권이다. 만기는 보통 5년 이상이며 금리가 높은 대신 예금자보호법 적용에서 제외돼 최악의 경우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
바로 이 같은 후순위채를 저축은행이 예금 창구에서 직접 판매하는 행위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후순위채 사모(私募) 발행이 금지된다.
금융위원회는 1일 저축은행 투자자들 사이에서 불완전판매 논란을 야기한 후순위채 제도 개선을 위해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이 공모를 통해 후순위채를 발행할 경우 증권사 창구를 통한 판매만 허용키로 했다.
저축은행이 창구에서 후순위채를 직접 판매할 경우 투자자들에게 충분한 위험고지 없이 판매할 소지가 있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로, 증권사가 후순위채를 판매하게 되면 자본시장법상 투자중개업에 해당돼 더욱 강한 투자자 보호의무 적용이 가능해진다.
사모를 통해 후순위채를 발행할 경우에는 현재와 마찬가지로 저축은행 창구를 통해 판매할 수 있지만 자산 규모와 당기순이익, 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 등을 담은 경영지표 핵심설명서를 투자자에게 교부하고, 서명 받는 것을 의무화 했다.
또 일부 저축은행이 공모 발행에 따른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사모를 통해 후순위채를 발행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 49명 이내의 일반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모 발행을 금지하고, 금융기관이나 공공기관 등 전문투자자나 대주주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에만 허용키로 했다.
후순위채를 공모 발행할 수 있는 자격 제한도 강화돼 현재 금감원은 ‘BIS 기본자본비율(Tier1) 6%와 BIS 자기자본비율 8% 이상’이란 조건을 충족하는 금융기관에 공모 발행을 허용했지만 앞으론 BIS 기본자본비율도 8%가 넘어야 한다.
공모 후순위채 투자자들이 보다 쉽게 투자위험성을 판단할 수 있도록 후순위채에 대한 신용평가사의 신용평가도 의무화 된다.
이와 함께 후순위채 판매 광고는 준법감시인의 사전 확인, 저축은행중앙회의 사전 심사를 받아야 한다. 후순위채 광고에는 예금자보호 여부와 이자율, 이자지급 방법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아울러 후순위채 공모 발행 시 모집 주선 증권회사 창구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 불완전판매를 방지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저축은행 창구 판매 제한 등 법령 개정이 필요 없는 사항은 즉시 시행하되 상품광고 규제 등 법령 개정이 필요한 사안은 7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