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피의자 박근혜’에 대한 검찰 수사가 48일 앞으로 다가온 5·9 장미대선에 미칠 파장은 어느 정도일까?

지난 10일 헌법재판소로부터 파면(탄핵 인용)을 당하고, 12일 청와대 관저를 떠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로 돌아온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복귀 9일 만인 21일 그는 올림머리에 짙은 남색 코트, 검은색 바지를 입고 자택을 나서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두,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라는 짧은 소회를 밝히고 조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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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과 각 당 대선 주자들은 박 전 대통령 수사와 여론의 향배, 향후 사법처리 향방 등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것이 ‘장미대선’의 변수로 작용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공식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자유한국당을 제외하곤 대체로 헌정사상 현직 대통령의 네 번째(전두환·노태우·노무현·박근혜) 검찰 출두는 불행한 일이라면서도 법과 원칙에 따른 검찰 수사와 박 전 대통령을 향해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을 촉구했다.

제1당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후보 자리를 노리는 안희정 충남지사 측은 이날 박 전 대통령 검찰 소환과 관련, “검찰은 법과 정의에 성역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줘야 한다. 낡은 시대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시대교체의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라고 논평을 내놨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과 수사로 조기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강도 높은 사법처리를 주장하기는 부담스러운 분위기다. 적폐 청산과 정권 교체의 흐름을 확고하게 굳히는 호기일 수 있지만, 자칫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론이 부상하면서 보수층이 결집하는 역풍을 맞을 수 있어서다. 이를 반영하듯 겉으로는 야권이 엄정 수사를 촉구하며 공세 국면을 이어가 정국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되지만, 구속 여부에는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안 지사 측 이철희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박 전 대통령 구속 여부에 대해 “수사를 한 뒤 법의 관점에서 판단해야지, 여론이나 정치적 유불리 차원에서 이 문제가 거론되는 것은 좋지 않다”라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국민 통합’을 역설해온 안 지사에 비해 이재명 성남시장은 일관되게 박 전 대통령 구속 등 엄중 처벌을 강조해온 만큼 구속 여부가 결정된다면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자유한국당 대선주자인 이인제 전 최고위원은 “도주 우려도 없고 증거 인멸도 할 수 없다. 구속할 것까지는 없다”라며 “모든 언론이 주시하고 사실상 삼성동 자택에 연금된 상태나 다름없다. 불구속 수사해야 한다”라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피력하면서, “박 전 대통령이 모든 것을 제일 잘 알고 있다. 지금은 일반인이기 때문에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든 진실이 밝혀지길 기대한다. 검찰은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라며 원론적 언급을 했고,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구속·불구속 수사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사법기관 독립성에 우려할 만한 언행이다. 검찰이 법과 원칙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라고 발언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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