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協 "훼손없이 인양되길, 미수습자 9명 되찾기 위해서는 찬존물 보존작업에 착수해야"

3년여간 바닷속에 가라앉아있던 세월호가 마침내 물 위로 그 모습을 드러낸 23일 오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분향소 앞에서 한 시민이 노란리본이 붙여진 세월호 조형물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1073일의 세월이었다. 시간은 세월호를 삼키고, 희생자를 묻었다. 진실을 묻는 자와 진실을 묻는 자가 공존했다. 투명하고 올곧은 진실규명까지 갈 길은 멀고, 미수습자는 여전히 바다 깊은 곳에 있다. 3월 23일 66개의 줄에 고정된 세월호가 새벽부터 시작된 인양작업을 통해 수면 위로 부상했다. 미수습자 9명을 포함해 30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지만 세월호특위가 해체되는 등 진상규명이 지리멸렬한 상황에서 이번 인양작업이 진실규명을 위한 첫 발걸음으로 거듭나길 기대하면서 시민들의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인양 소식이 전해지자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먼저 환영의 입장을 내놨다.

4.16가족협의회는 23일 착수한 세월호 인양작업을 두고 “세월호가 목포 신항까지 무사히 올 때까지 인양에 수고한 모든 이들이 더욱 힘을 내주기를 부탁한다”면서 “선체에 140여 개의 구멍이 뚫리고, 날개와 닻이 잘려나갔지만 더 이상 훼손 없이 인양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간절히 바랐다.

특히 안전한 인양작업과 함께 세월호에 대한 잔존물 보존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협의회는 “9명의 미수습자들이 더 이상 상처 없이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보존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면서“해양수산부는 작업 착수에 앞서 시민과 유가족에게 추진 계획을 상세히 알리고, 조사 주체는‘세월호 선체 조사 및 보존에 관한 특별법’을 통해 규정된 선체조사위원회가 인양과 수습 등 업무를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회와 차기 대통령 후보들은 국민이 원하는 투명한 세월호 선체 인양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시민들도 조속하면서도 안전한 인양이 이뤄지기를 희망했다.

송영배(24) 씨는 “세월호가 비로소 인양작업을 통해 수면 위로 올라온다는 소식에 매우 반갑다”면서도 “선체가 수면으로 올라오기까지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던 만큼 섬세한 논의를 통해 인양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선미희(31·여) 씨도 “3년의 긴 시간이 이어지면서 무엇보다 유가족의 상처가 깊었다”면서 “하루빨리 인양이 이뤄져 유가족의 마음을 보듬는 하나의 계기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이 같은 시민들의 소망처럼 인양작업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세월호 진상규명을 지연하려 한 이들에 대한 처벌도 필요한 시점이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배영민(56) 씨는 “세월호 참사를 두고 여러 주장을 펼칠 수는 있지만 정부는 진상규명에 소극적 태도를 보인 선례가 있다”면서 “책임감 없는 발언을 하는 자에 대한 제재를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문석 기자 mu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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