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 곳으로 흐르는 겸손 막히면 돌아가는 지혜…

최수룡 아이신나라 대표

요즈음 산책길에 금강에 물이 메말라 강변의 풍광이 예전 같지 않다. 물은 풍요로울 때가 제 멋이다. 물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만물의 근원이며, 모든 생명체의 근원이다. 생물체를 구성하는 여러 물질 중에서도 물은 생물체 중량의 70~80%를 차지할 정도로 물은 생물체에 매우 중요한 성분이다. 우리가 생명을 유지하는 데 공기가 꼭 필요한 것이지만 그 소중함을 평소에 모르고 살아가듯이, 물 또한 소중함을 모르고 사는 것이 안타깝다.

금강일보 3월 23일자 6면에 실린 ‘금강 세종보 수문 열어야 4대강 회복’ 기사의 대전충남녹색연합 모니터링 결과 발표에 따르면 금강 세종보에 대해 시범적으로 수문을 개방하자 상류 강바닥에 펄층과 녹조사체들이 발견됐다. 펄층에는 환경부 지정 4급수 오염 지표층인 붉은 깔따구가 목격됐고, 보의 수문을 열어야 4대강 생태계가 회복될 수 있다고 녹색연합은 촉구했다. 녹색연합의 요구에 따라 물의 날을 맞아 수질 개선을 위해 보 수문을 개방한 것으로 미뤄 짐작되는데, 금강수변 풍광이 황량한 느낌이다. 강에는 물이 풍요롭게 담겨 있어야 풍광이 아름다움으로 다가오는데 아쉬움이 크다.

3월 22일은 UN(국제연합)이 물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제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UN은 1992년 11월 열린 총회에서 그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UN 환경개발회의에서 제안한 ‘의제 21(Agenda 21)’을 받아들여 3월 22일을 ‘세계 물의 날’로 제정·선포했다. 우리나라는 1990년부터 매년 7월 1일을 물의 날로 지정해 관련 행사를 개최하다가 UN의 요청을 받아들여 1995년부터 3월 22일로 변경해 행사를 개최한다. 유네스코의 ‘물개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약 20%가 정수 처리된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하며, 약 26억 명은 하수처리 시설 없이 물을 받아 사용하고 버려지는 물이 30~40%에 달한다고 한다.

사람이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로 하는 물은 1인당 하루 7.5~15리터이지만 세계 인구는 이미 70억 명을 넘어섰고,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은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형편이다. 이로 인해 물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 간이나 지역 간 분쟁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자료에 따르면 1인당 이용 가능한 수자원량은 1위인 아이슬란드(57만 8818㎥), 93위인 일본(3362㎥) 등에 비해 우리나라는 129위(1453㎥)로 2025년이면 물 기근국가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우리는 ‘물 쓰듯 하다’라는 말을 아낌없이 펑펑 쓸 정도로 많다는 뜻으로 흔히 사용하는데, 앞으로는 이 말을 쓰기 어려울 것 같다.

인류의 생활과 물은 매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기 때문에, 물을 잘 이용하고자 하는 인류의 노력은 끊이지 않고 계속돼 왔다. 또한 물에 관련된 민속신앙과 설화·신화가 많은 것도 당연한 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로부터 ‘산수(山水)’와 더불어 삶을 살아왔다. 거기에는 우리들의 윤리관·세계관, 그리고 심미감마저 담겨 있었다. 이처럼 물은 우리 문화사에서 가장 폭넓고 긴 소재로 형성해 오면서 민속신앙적인 상상력이 가꾼 정신적·심리적 영향을 받아왔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천하에 물보다 더 연약한 것이 없지만, 강하고 굳센 것을 이기는 데 물보다 나은 것이 없다’라고 했다. 물은 만물을 고루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는다. 뭇사람이 싫어하는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겸손, 막히면 돌아가는 지혜, 구정물도 받아들이는 포용력, 어떤 그릇에도 담기는 융통성, 바위도 뚫는 인내와 끈기, 유유히 흘러 바다를 이루는 대의를 물의 유덕이라 했다.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즈음 대선 후보자들도 물의 덕을 담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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