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 크레이븐의 1972년 데뷔작 '왼편 마지막 집'은 당시 입에 오르내린 문제작이었다.

배를 가르고 내장을 끄집어내는 수위 높은 장면과 실제 사건을 촬영한 듯한 다큐멘터리적인 촬영 기법이 당시로써는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한 잉마르 베리만 감독의 '처녀의 샘'(1960)을 공포 영화 방식으로 변주한 이 영화는 성폭행당하고서 살해된 딸에 대한 부모의 처절한 복수 과정을 담았다.

웨스 크레이븐의 '왼편 마지막 집'을 그리스 출신의 데니스 일리아디스 감독이 37년 만에 리메이크 했다. 일리아디스 감독은 원작의 잔인한 볼거리보다는 스릴러적인 재미를 선택했다.

이야기 자체는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존(토니 골드윈)과 그의 아내 엠마(모니카 포터)가 딸 메리(사라 팩스톤)와 함께 가족 산장을 찾는다. 잠시 놀러 나간 딸이 불량배들에게 성폭행당하고, 이를 안 부모는 그들을 응징한다는 내용이다.

존이 불량배 크룩과 대결하는 장면, 엠마가 딸을 살리려고 범인 프란시스를 유혹하는 장면 등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유발한다.

한정된 공간 속에서 쫓고 쫓기는 인물들의 동선을 세밀하게 포착하고, 불안한 내면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했다.

하지만, 스릴러적 재미를 위해 일리아디스 감독은 '처녀의 샘'에서 다룬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고민, 웨스 크레이븐 식의 눈을 끄는 잔혹한 볼거리는 희생시켰다.

'라이어 라이어'(1997)로 데뷔한 아역 배우 출신 사라 팩스톤(21)이 나이에 비해 차분한 연기를 선보인다.

케이블영화 채널 슈퍼액션에서는 '왼편 마지막 집'을 26일 밤 11시 20분에 방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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