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경기의 페넌트레이스는 흔히 마라톤으로 불린다. 이 마라톤에서는 그 어떤 팀도 주전 라인업을 모든 경기에서 활용할 가능성이 극히 적다.

부상, 체력저하 등 예기치 못한 일들로 ‘플랜B’가 가동되기 때문이다. 두터운 선수층이 강팀과 약팀을 가르는 기준이 되는 이유다.

한화이글스는 주전과 비주전간 격차가 큰 팀 중 하나다. 지난 2년간 끊임없이 부상 악령에 시달렸고 올해도 이용규, 정근우 등 부상으로 개막엔트리 합류가 불투명하다.

이들이 다시 돌아온다 해도 남은 전경기에 출장시키긴 힘들다. 지난해 하주석과 양성우를 발견한 것처럼 올해도 주전급 선수 발굴이 절실하다.

◆다시 찾아온 기회, 강경학
강경학은 올해로 데뷔 6년차다. 지난 2015년 유격수로 120경기에 출전하면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강경학은 한화의 미래 유격수 자원 중 하나였다.

그러나 지난해 햄스트링 부상과 군에서 제대한 하주석의 성장으로 46경기 출전에 그쳤다. 성적도 101타수 16안타 .158로 부진했다.

기회는 올해도 찾아왔다. 국가대표 2루수 정근우의 부상으로 빈자리가 생겼다.

정근우는 현재 수비 훈련을 할 정도로 좋아진 상태지만 30대 중반임을 가만하면 시즌 중간 체력관리가 필요하다. 더욱이 내년 FA로 그 뒤 또한 장담할 수 없다.

개인을 넘어 팀을 위해서라도 강경학이 기회를 잡아야만 한다. 이번 시범경기에선 일단 수비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관건은 타격이다. 11경기에 출전해 36타수 8안타 10득점 2홈런 4타점 .222를 기록했다.

일단 낮은 타율에 눈에 들어오긴 하지만 ‘2홈런’이 눈길을 강하게 끈다.

경경학의 홈런은 통산 209경기 동안 4개가 전부다. 홈런 숫자가 모든 것을 대변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올 시즌 타격은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기 충분하다.

◆신성현과 장민석
강경학 이외에 내야 유틸리티 자원 중 주목받고 있는 선수는 바로 신성현이다.

신성현은 시범경기 10게임 34타수 11안타 8타점 1홈런 1도루 .324로 활약했다.

시범경기의 성적이 꼭 정규시즌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신성현의 타격감은 주목할만 하다. 나카시마 테루시 한화 타격코치가 “올해 반드시 지켜봐야 할 선수”로 꼽았을 정도다.

그 동안 약점을 보여 왔던 변화구도 타격 폼을 바꾸면서 공략이 가능해져 빛을 보고 있다.

수비에서도 큰 문제없이 합격점을 줄만 하다. 특히 하주석이 사구로 인한 부상으로 잠시 쉬는 사이 유격수로도 출전해서 큰 실수 없이 경기를 치렀다. 3루와 1루 수비도 가능하다.

적극적인 주루플레이는 덤이다.

외야에선 장민석을 주목해야 한다.모두 투수 출신으로 강견에다 발이 빠른 장점이 있다.

타격에선 12게임 37타수 12안타 7타점 4도루 .324로 활약했다. 이용규를 대신해 테이블세터로 출전할 가능성이 높다.

이용규의 복귀 후에도 하위타선에서 상위타선의 연결고리 역할을 제대로 해준다면 한화 타선의 무서움은 배가된다.

어차피 장기레이스이고 위기는 기회라고 했다. 주전보다 비주전이 더 활약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강경학과 신성현 그리고 장민석에게 기대를 걸어본다. 김형중 기자 kimhj@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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