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기운이 가득한 봄은 바야흐로 결혼시즌이라고 한다. 그래서 주말부터 휴일까지 도심 모든 예식장들은 1시간 단위로 결혼예식을 해 치우느라 정신이 없다. 다행히 요즘은 신혼부부들의 직장생활로 인해 계절과 상관없이 주말과 휴일에 결혼식을 많이 하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계절적으로 따뜻하고 생명의 기운이 가득한 봄철에 결혼식이 많이 몰리는 것 또한 사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때론 같은 날, 같은 시간에 한 곳이 아닌 두 곳 이상의 결혼식장을 가야 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다행히 예식장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으면 한 곳을 먼저 잠깐 들러 축하인사와 함께 축의금 봉투를 전달하고 다른 쪽 예식장으로 가는 경우도 있고, 멀리 타지에서 결혼식이 있으면 몸이 하나여서 한 곳은 어쩔 수 없이 아예 축하메시지와 함께 계좌번호로 축의금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

지난주도 공교롭게 두 곳에서 청첩장을 받았다. 그런데 문제는 두 곳 모두 꼭 가야 하는 곳이라는 것이다. 한 곳은 신학교 동기목사의 딸로 당진에서 결혼을 한다는 것이었고, 또 다른 한 곳은 내가 대표로 있는 사단법인 세계의심장 국내 사무국장의 결혼이었다. 여기에다 신부 또한 함께 세계의심장 주 사업인 캄보디아 해외협력활동을 거의 실무인력처럼 적극적으로 했던 사람이다.(아마도 두 사람이 사랑을 키운 것도 해외협력활동을 함께 하면서가 아닐까 싶다.) 그러니 당연히 가서 축하해주어야 하는 결혼식이었다. 또한 그는 평소 자신의 결혼주례를 내게 부탁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주례가 없는 결혼식 하기로 했다면서 대신 축사를 해 달라는 부탁을 해왔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친구 목사에게는 축하의 메시지와 함께 축의금을 계좌로 송금하는 것으로 대신하고 순서를 맡은 결혼식에 참여하기로 했다.

목사만의 특권은 아니겠지만 목사인 내게 참 의미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결혼식 주례이다. 서로 사랑으로 만나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 첫 출발을 축복해 준다는 것은 무엇보다 의미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벧엘의집이라는 노숙인 사역을 하다 보니 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동료목사들보다는 결혼주례를 할 기회가 많지 않다. 다행히 그동안 희망진료센터에서 봉사를 했던 학생자원봉사자 중에 두 가정의 주례를 하고 지금도 그 가정이 서로 사랑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길 기도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도 비록 주례는 아니지만 축복의 메시지를 듬뿍 전하고 싶었다. 다음은 그런 마음을 담아 전달한 축하의 글이다.

“서로를 자신보다 더 사랑하는 마음으로 아름다운 동행을 시작하는 바보군과 똑순양의(두 사람의 애칭으로 저를 비롯해 세계의심장을 이끌어 가는 주역들을 우리는 스스로 바보처럼 일한다 하여 바보형제라고 부른다. 또한 똑순양은 하는 일마다 똑 부러지게 잘해 내가 붙여준 애칭이다.) 결혼을 두 손 모아 축복합니다. 신약성서 마태복음 13장 44절에 보면 어떤 농부가 밭을 갈다가 밭에 숨겨진 보물을 발견하고는 자신의 모든 것을 다 팔아 그 밭을 산다는 말씀이 있습니다. 농부는 자신이 발견한 보물을 얻기 위해 자신의 전 재산을 아낌없이 다 팔아 그 밭을 삽니다. 이유는 단 한 가지, 보물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결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남편은 아내를, 아내는 남편을 자신의 인생을 다 던져서 가장 소중하고 귀한 보물을 얻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기에 결혼은 축복인 것입니다.

오늘 많은 사람 앞에서 아름다운 동행을 시작하기로 약속하는 신랑신부에게 축하와 함께 권면합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생애에 가장 귀하고 소중한 보물입니다. 바보군은 똑순양의 인생에 가장 존귀한 선물이요, 똑순양은 바보군의 인생에 가장 소중한 선물입니다. 그러기에 오늘부터 일생을 부부로 동행하게 된 남편과 아내가 자신의 인생에 최고의 선물임을 믿으시기 바랍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다 팔아서 보물을 얻은 농부처럼 바보군과 똑순양은 그렇게 서로를 얻었습니다.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내 인생에서 가장 값진 보물이 남편이요, 아내라는 사실을…. 그런 만큼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아끼고 사랑하는 남편과 아내가 되기를 바랍니다. 당신은 내 인생에 최고의 보물이라는 고백으로 아침에 눈을 뜨고 저녁에 잠자리에 드는 아름다운 부부가 되기를 축복합니다.

마찬가지로 결혼은 한 폭의 밑그림이 그려져 있는 캔버스에 남편과 아내가 일생동안 형형색색의 색깔을 입혀 가정이라는 아름다운 그림을 완성해 가는 것과 같습니다. 때론 노란색으로, 때론 주황색으로, 때론 검은색으로, 때론 붉은색으로, 함께 색칠을 하다보면 늘 같은 의견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때론 의견충돌이 일어나기도 하고, 다툼이 생기기도 하고, 오해가 생기기도 하고, 서운함도 생길 때도 있습니다. 바로 그럴 때, 지금 서로가 잡고 있는 손을 기억하십시오. 지금 잡고 있는 손을 그 때도 놓지 않는다면 비록 어쩌다 비틀거리는 날을 만나더라도 절대로 넘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서로가 자신의 삶을 기대고 가는 아름다운 동행으로 가정이란 소중한 한 폭의 그림을 완성해 가길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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