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값 보고 갔더니 "이 차는 어때요?"
정부 지난해 대책 방안 마련했지만
피해자 신고만 의존 단속 유명무실

평균시세가 약 1400만 원인 중고차가 550만 원에 매물로 나왔다. 그러나 이 중고차를 살 수는 없다. 허위 매물이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9월 ‘중고차 시장 선진화 방안’을 내놓고 허위매물을 근절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 같은 허위 매물은 여전히 인터넷 사이트에서 무더기로 쏟아지고 있다.

대전에 사는 A씨는 중고차 사이트에서 시세보다 값싼 매물을 확인하고 인천의 한 중고차매매단지를 찾았다. 계약을 하려하자 매매업자는 “차의 ECU(차량제어전자장치)에 문제가 있어 급정거나 급발진 위험이 있다”며 가격대에 맞는 다른 차량을 소개했다. 소개받은 차량은 이전 차량과는 전혀 다른 허름한 중고차였다. 송 씨의 항의에 업자는 “적은 돈으로 비싼 차를 사려고한 것이 잘못 아니냐?”며 되레 화를 냈다. 송 씨는 먼 거리를 감수하며 매매단지를 찾았지만 허탕치고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허위 매물은 소비자들이 중고차매장을 방문하게 하는 미끼다.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중고차를 매입하고 싶은 소비자의 심리를 이용한 상술이다. 관련 피해 사례가 늘어남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9월 대책방안을 내놨다. 매매업자 자질 향상을 위해 사원증을 발급받으려면 교육을 이수하도록 하고 장기적으로는 전문교육과정과 자격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 행정처분 기준과 단속을 강화해 거짓 성능점거 1회 적발 시 성능점검장 영업허가를 취소하고 허위 매물 2회 적발 시 매매업자 등록을 취소하는 안을 담았다.

그러나 대책 발표 뒤 6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허위·미끼 매물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허위 매물임을 입증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이트에 올라온 매물은 단순히 소비자를 끌어오기 위한 광고성 허위 매물로 판매 자체가 이뤄지지 않아 금전적 피해로 연결되지 않고 관계당국이 허위 매물 증거를 직접 수집하기 어려워 실질적 처벌이 어려운 상황이다. 또 매매업자가 직접 매물을 올릴 경우에는 처벌이 가능하지만 대부분 광고대행 사이트를 이용하기 때문에 현재의 법령으로는 처벌이 쉽지 않다. 현재로썬 소비자가 직접 증거를 수집해 신고하는 게 유일한 허위 매물 처벌의 방법인 셈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최연혜 의원은 중고차 사이트에 계약정보를 실시간 고지하고 위반할 경우 1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최근 발의했다. 허위 매물이나 다른 매물로 유도되는 소비자 피해가 줄이기 위한 조치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연구용역을 통해 허위 매물 원인 진단을 포함한 중고차 시장 전반적인 분석을 예정 중”이라며 “소비자의 불만사항과 매매업계 건의사항을 종합해 중고차 시장 선진화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재인 기자 jji@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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