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에 이어 안방인 충청에서도 문재인 전 대표에게 패하며 궁지로 내몰린 안희정 충남지사. 충청대망론의 중심에 서 있는 그는 과연 전세를 뒤집을 비책을 갖고 있을까?

31일 영남, 내달 3일 수도권·강원·제주 순회경선을 앞둔 더불어민주당은 4개 권역별 경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면 5·9 장미대선에 나설 후보를 확정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내달 8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문 전 대표는 호남·충청 경선을 합산해 55.9%를 얻었고, 안 지사가 25.8%, 이재명 성남시장이 18.0%, 최성 고양시장이 0.3%를 각각 기록한 가운데 안 지사에게 떨어진 발등의 불은 자신에 비해 30.1%포인트나 앞서 있는 문 전 대표의 과반 득표를 저지하는 것으로, 결코 쉽지 않은 게임이다.

당장 안 지사는 일부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에게 2위 자리를 내주며 당내 경선에서의 고전이 전국적 표심에 반영되고 있다. 30일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에 따르면 지난 27~29일 전국 19세 이상 1525명을 대상으로 대선주자 지지도를 조사(MBN·매일경제 의뢰,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포인트)한 결과, 문 전 대표는 지난주보다 0.8%포인트 오른 35.2%로 1위에 올랐고, 안 전 대표가 4.8%포인트 오른 17.4%로 뒤를 이었다. 반면 안 지사는 5.1%포인트 하락한 12.5%로 3위로 내려앉았고, 이 시장 9.5%, 홍준표 경남지사 7.7%,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 5.3%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안 지사의 텃밭에서도 1위를 수성하며 2연승을 거둔 문 전 대표는 기세를 몰아 결선 없이 승부를 결정짓겠다는 태세이고, 안 지사와 이 시장은 위기감 속에 반전의 묘수 찾기에 나섰다.

문 전 대표 측은 연고지인 부산·경남(PK)을 중심으로 세몰이에 나서 영남 경선에서 대세론을 단단히 굳히고, 과반의 선거인단이 포진한 수도권에선 ‘경제에 유능한 후보’라는 이미지로 승부수를 띄울 방침으로, 사실상 본선에 시선을 맞추고 있다.

이에 맞서 안 지사 측은 자신에 대한 호감도가 높은 대구·경북(TK)을 중심으로 ‘대추격’을 위한 표심몰이에 나서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안 지사의 ‘대연정’ 소신에 호감을 가진 유권자들이 다수 포진한 데다 대구를 지역구로 둔 무소속 홍의락 의원이 지지를 선언하면서 호의적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게 안 지사 측의 판단이다. 수도권에서도 안 지사의 본선 경쟁력 우위를 강조하면 표심이 모일 것이라며, 호남·충청에서 못 이룬 2002년 ‘노무현 기적’의 재현을 마지막까지 기대하고 있다.

이 시장 측은 영남 경선에서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것을 최대한 막고, 수도권에서 승부수를 띄운다는 복안이다. 수도권에선 성남의 시정 성과가 비교적 잘 알려진 데다 ‘사이다 발언’으로 대중적 인기를 끈 이 시장의 선명성에 응원을 보내는 진보 성향 유권자들이 많아 반전을 노려볼 수 있다는 게 자체적인 분석이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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