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사랑한 뮤지컬 영화

지난해 겨울 극장가를 뒤흔들었던 영화 ‘라라랜드’에 이어 최근 개봉한 디즈니의 신작 ‘미녀와 야수’까지 흥행몰이를 이어가며 뮤지컬 영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익숙하지 않은 장르였지만 여러 작품들이 귀에 꽂히는 음악과 영상미를 앞세워 관객들을 사로잡으며 흥행에도 성공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주에는 춤과 음악, 웃음과 감동이 있는 뮤지컬 영화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 춤·노래·배우, 이보다 완벽할 순 없다

◆시카고 Chicago
1975년 브로드웨이에 첫 등장한 동명의 뮤지컬을 영화화 한 2002년 개봉작.
법과 도덕보다 술, 사랑, 배신이 난무하는 1920년대 시카고를 배경으로 화려한 무대를 쫓는 록시 하트(르네 젤위거), 시카고 최고의 디바에서 범죄자로 전락했지만 재기를 꿈꾸는 벨마 켈리(캐서린 제타 존스), 언론플레이의 달인으로 수많은 여성 재소자를 석방시켜온 변호사 빌리 플린(리처드 기어)이 극을 이끌어 가는 범죄 부조리극이다.
직접 노래하고 춤추면서 관객들의 시선을 쏙 빨아들이는 르네 젤위거와 캐서린 제타 존스의 열연에 탄탄한 구성과 줄거리, 쇼 비즈니스 세계의 이면과 언론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 등을 선보이며 엄청난 호평과 흥행을 기록했다.
2003년 제75회 아카데미 작품상, 여우조연상, 편집상, 음향상, 미술상, 의상상을 수상했다.
한국에서는 2003년 3월 조금 늦은 개봉에도 137만이 관람한 이유는 이 아카데미 시상식 버프 때문이기도 하다. 국내에 ‘시카고’란 작품을 확실하게 각인시킨 것은 이 영화의 영향이 크다.

 

# 도대체, 이 '비호감 뚱녀'의 매력은 뭐지?

◆헤어 스프레이 Hair Spray 

1988년 존 워터스 감독의 코미디 영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2002년 뮤지컬을 각색한 2007년 리메이크작. 1960년대 초 볼티모어를 배경으로 기존 뮤지컬 주인공과는 거리가 먼 뚱뚱한 몸매에 부풀린 머리를 한 십대 소녀 트레이시 턴 블래드가 지역 TV쇼의 댄서로 스타덤에 오르고 외모지상주의와 인종차별에 대항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누구에게나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 즐거움과 행복을 전하는 뚱뚱한 십대소녀 트레이시는 결코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가볍고 날렵한 춤사위를 선보이며 시종일관 유쾌함을 선사하고 남자배우가 여장을 해서 연기하는 트레이시의 엄마 ‘풍만 S라인’ 에드나 역의 존 트라볼타 역시 ‘억’ 소리나는 몸매와 상반되게 깃털처럼 가볍고 능수능란하게 춤을 추며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낸다.
여기에 ‘하이 스쿨 뮤지컬’로 스타덤에 오른 잭 애프런, ‘아름다운 외모는 곧 권력’임을 강조하는 엉뚱한 악녀 벨마로 미셀 파이퍼, 당시 하이틴 스타였던 아만다 바인즈 등이 출연해 극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파스텔톤의 의상과 무대, 경쾌한 60년대 댄스곡에 흥겨운 춤을 감상하다 보면 특별한 이유가 없더라도 저절로 마음의 빗장이 풀리며 대책없이 낙천적인 트레이시에게 공감하게 된다.

 

# 참을 수 없는 로맨틱 뮤지컬의 흥겨움

◆맘마미아 Mamma Mia
1970, 80년대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스웨덴 출신의 팝그룹 아바(ABBA)의 음악으로 기획된 뮤지컬 ‘맘마미아’를 2008년 메릴 스트립, 피어스 브로스넌, 콜린 퍼스를 주연으로 스크린에 충실하게 재현했다.
그리스의 작은 섬에서 작은 호텔을 운영하는 싱글맘 도나(메릴 스트립)와 살고 있는 그녀의 딸 소피(아만다 사이프리드)가 결혼을 앞두고 자신의 생부를 찾기 위해 엄마의 일기장에 기록된 3명의 남자(피어스 브로스넌, 콜린 퍼스, 스텔란 스카스가드)에게 청첩장을 보내면서 사건은 시작되는데….
어머니와 딸의 갈등과 화해라는 보편적인 소재를 선택하면서도 친구와의 우정, 남녀간의 사랑 등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에 극중 상황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아바의 노래, 그리고 아름다운 지중해 바닷가 풍광이 치밀하게 얽혀 따뜻하고 기분좋은 상쾌함을 전해준다.
깜찍한 체구의 아만다 시프리드가 보여주는 스무 살의 파릇파릇함, ‘연기뿐 아니라 노래도 이렇게 탁월했나’ 무릎을 치게 만드는 메릴 스트립의 가창력도 참으로 사랑스럽다.

 

# 투쟁, 꿈, 희망, 그리고 사랑의 대서사시

◆레 미제라블 Les Miserables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가 쓴 동명의 장편소설을 적절하게 손질해 웅장한 스케일로 재탄생한 뮤지컬의 영화버전. 19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등장인물들이 혁명과 속죄를 위해 투쟁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뮤지컬 영화 사상 처음으로 촬영현장에서 실시간 라이브로 배우들의 목소리를 담아낸 송스루 형식으로 휴 잭맨이 장발장, 러셀 크로우가 자베르, 앤 헤서웨이에 팡틴,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코제트, 에디 레드메인이 마리우스, 에포닌 역에 사만다 바크스까지 유명배우들이 총출동해 연기 뿐 아니라 직접 노래까지 불렀다. 대사가 없이 노래로만 이뤄져 있기 때문에 상당수준의 노래실력과 연기력이 필요한데 감독 톰 후퍼와 프로듀서 카메론 맥킨토시는 원 뮤지컬에 대한 존경과 배우들에 대한 신뢰의 표시로 송스루 방식을 고수했다고 한다.
이제껏 접해보지 못한 생소한 송스루 방식에 한국관객들은 ‘그냥 대사로 처리해도 될만한 것을 노래로 해서 낯설었다’, ‘모든 대사를 노래 처리한 것이 장점이 될수도 단점이 될수도 있다’ 등의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지만 ‘노래로 하는 대사가 더 마음을 울리더라’, ‘익숙하지 않은 방식에 당황할지 모르지만 영화에 몰입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등 뜨거운 호응을 보내기도 했다.

 

# 비욘세 보러 갔다가 제니퍼 허드슨에 반한…

◆드림걸즈 Dream Girls
다이애나 로스가 주축이었던 1960년대 전설의 R&B 흑인여성 그룹 ‘스프림스 The Supremes’의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어 탄생한 뮤지컬을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
1962년 ‘드림메츠’라는 그룹을 결성한 시카고 출신의 흑인소녀 에피(제니퍼 허드슨), 디나(비욘세), 로렐(아니카 노니 로즈)이 스타로 성공하고, 갈등을 겪다가 자신만의 음악을 찾아내며 화해하는 드라마틱한 전개에 브로드웨이에서 검증된 훌륭한 넘버들과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신곡들이 어우러져 찬사를 받았으며, 70년대의 클럽 분위기를 완벽하게 재연한 화려한 의상과 무대도 호평.
당대 최고의 디바인 비욘세가 왕년의 톱스타 다이애나 로스를 연기한다고 해 화제가 됐는데 막상 개봉하고 나니 신인이었던 제니퍼 허드슨이 뛰어난 가창력과 신인답지 않은 연기를 선보이며 골든글로브에 이어 제79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까지 거머쥐며 할리우드 사상 가장 화려한 데뷔를 이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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