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필응 대전시의원

1993년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한 회의실에서 긴장감 넘치면서도 긴급한 회의가 열렸다. 그곳에는 그룹 사장단과 주요 임원이 모여 있었으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있었다. 그리고 이 회장은 회의 참석자에게 이렇게 주문했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

당시 삼성 제품에 대한 품질 논란이 커지자 모든 것을 원점에서 다시 제대로 시작하라는, 즉 기존 방식에서의 사고와 업무 추진이 아닌 새로운 흐름에 맞춰 기본 틀부터 다 바꾸라는 메시지로, 이른바 ‘신경영’을 선언하며 삼성그룹을 세계의 삼성으로 만드는 대변혁을 이뤄냈다.

우리의 가족구조는 전통적인 대가족제에서 핵가족으로 변화했다. 2010년 총인구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1960년 전국의 2세대 가구는 전체 가구의 65%였던 것이 2010년 80%로 증가했다. 그리고 지금 1인 가구 시대를 맞고 있다. 대전시에서 발표한 2016년 사회지표에 따르면 대전의 1인 가구 비율은 2015년 기준 29.1%로 15년 전인 2000년 15.2% 대비 2배에 가까운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그중 동구가 34.6%로 5개 자치구 중 최고치다.

사회를 구성하고, 지지하고 있는 가중 중요한 축은 가족제도일 것이다. 이러한 가족제도가 과학기술의 발달과 사회문화의 급변하고 있다. 1인 방송, 혼밥·혼술 등 1인 가구에 대한 사회 전반에 대한 관심과 문화변혁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사회 전체에 대한 기본 틀이 바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향후 10년간 인공지능, 의료산업 등 4차 산업혁명과 초고령사회에 들어선 우리나라에서의 1인 가구 증가는 더욱 두드러질 것이고 더욱 더 많은 사회 변화를 유발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주민과 가장 인접해 있고 수많은 지원정책을 펴는 지자체의 준비는 어떠한지 묻고 싶다. 기업과 자영업자는 모든 것을 다 바꾼다는 마음으로 생존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 정부와 지자체는 이러한 상공인을 지원하고 1인 가구를 위한 정책 추진을 위해 최선을 다했는지 묻고 싶은 것이다.

이는 1인 가구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1인 가구 또한 내 부모, 내 아들·딸의 문제이기에 우리 사회 모두의 새로운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지자체의 문제의식 또한 단순히 1인 가구를 위한 일부 정책 개발 정도로만 인식하면 큰 오산이다. 모두가 연결된 가족 구성의 변화이기에 주민과 가장 밀접한 지자체의 정책 또한 기본 틀이 바뀌었다는 전제 하에 그간 추진하던 정책을 재검토하고 단순히 변경 정도가 아닌 새로운 패러다임을 갖고 다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시대의 발전에 소외되고 만다.

서울의 강남, 압구정동이 아주 옛날부터 잘 사는 동네였던가? 아니다. 새로운 트렌드와 문화를 발 빠르게 받아들여 선도적으로 주도했기에 지금은 누구나 가 보고 싶고 살고 싶은 지역이 됐다.

나는 우리 동구도 이렇게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대전의 원도심으로 알려진 동구가 가족체계의 변화에 발맞춰 노인공동주택, 하우스 쉐어링, 애완동물공원, 도심 융합 재개발, 4차 산업혁명 도시 등 선도적인 정책 개발과 추진으로 1인 가구 시대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낸다면 지역적 한계에 의한 저개발은 한낮 핑곗거리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지금의 사회 변화에 대한 기회는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른다. 이건희 회장의 “모든 것을 바꾸라”는 신경영주의처럼 주민을 위한 정책에 있어서도 창의적이고 다각도의 관점에서 재검토해 모든 것을 다 바꾸어서라도 전통과 희망이 있는 동구의 50년 대계를 만들 것을 촉구하며 나 또한 최일선에서 누구보다도 앞장서 최고의 동구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해 본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