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재 충남농업기술원 종자관리소 논산분소장

충남농업기술원 종자관리소 보리 포장에서 요즘 파릇파릇하게 보리가 자라나고 있다. 보리는 한겨울의 매서운 한파를 견뎌내고 푸르름으로 봄을 알리는 계절의 전령사이기도 하다. 보리의 생육을 살펴보기 위해 가끔씩 보리밭을 걷다 보면 ‘보리밭’이라는 가곡이 생각이 난다. 1952년 한국전쟁 당시 해군 종군 작가단과 음악가단에 속해 있던 박화목이 작사를 하고 윤용하가 작곡을 하여 만들어졌으나 그 당시에는 별 인기를 끌지 못하다가 교과서에 수록되고 작곡가인 윤용하가 죽은 뒤 인기를 끌게 되었다.

보리는 인류가 농경문화를 열면서 재배하기 시작한 작물로 재배역사가 가장 오래된 작물 중 하나이다. 이러한 보리는 겨울에 자라므로 병해충이 붙지 않아 농약에 안전하고 쌀에 부족한 여러 영양성분을 보충해 주는 건강식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보리 중에서 충남에서 최근 많이 재배되는 보리는 찰쌀보리이다. 논산시 부적면 등에서 재배되고 있는 찰쌀보리는 쌀보리중에서도 찰기가 좋은 품종을 선발한 것인데, 논산의 찰쌀보리의 특징은 일반 보리쌀에 비해 물을 빨리 흡수해서 잘 퍼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찰기가 좋고 바로 쌀과 섞어서 밥을 지어도 촉촉하여 밥맛이 좋다는 것이다.

쌀밥에 섞어 먹는 용도뿐 아니라 보리의 생리활성 효능이 최근에 재조명되면서 보리를 이용한 가공식품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보리는 쌀에 비해 소화 흡수가 빠르고 특유의 구수한 맛 때문에 보리가 함유된 가공식품들이 시장에 많이 선보이고 있다. 보리국수, 보리빵, 보리죽, 보리수제비, 보리감주, 보리막걸리, 보리누룩, 보리고추장, 보리커피 등 다양하다. 최근에는 보리와 커피를 결합한 ‘보리커피’를 개발해 국내는 물론 세계시장에 도전하는 젊은이도 있다. 그 농가는 상상력이 넘치는 아이디어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으로 보리 재배농가 40농가와 작목반을 구성해 보리커피를 비롯한 ‘당뇨용 보리죽’, ‘보리쿠키’ 등을 만들기 시작했다. 새로운 시도였기 때문에 시작은 어려웠지만 지금은 연 5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보리 수매가는 1kg에 1000원에 불과하지만 보리커피로 가공하면 5만 원으로 50배 이상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또한 요즘은 새싹보리도 인기를 끌고 있다. 새싹보리의 추출물은 고지혈증, 당뇨병 등에 효과적이다. 새싹보리는 가정에서도 손쉽게 재배가 가능해 파종하고 13~15일 후 20cm 정도 자랐을 때 수확하면 된다. 키운 새싹은 녹즙처럼 갈아 마시거나 샐러드, 비빔밥 등에 활용 가능하며 말린 뒤 프라이팬에 볶아 차로 먹어도 좋다.

최근 쌀이 남아돌고 가격이 하락하여 농민의 걱정이 아주 많다. 이러한 현재 상황에서 논에 보리를 재배하여 보리밭 축제도 열고, 다양한 가공품 개발로 농가 소득원도 창출하는 것이 어떨까? 우리의 보리로 식량자급률도 향상되고 국민건강에도 기여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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