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연히 ‘조작된 도시’라는 영화를 보았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영화가 아니라 지금 우리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기만 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조작된 도시처럼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철저하게 조작되고 그것이 진실인 양 믿으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은 시간이 나면 꼭 한 번 보기를 추천한다) 그뿐만 아니다. 요즘 법과 관련된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하나같이 조작된 도시처럼 사건을 조작하고 은폐하고 힘없는 사람에게 뒤집어씌운다.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말처럼 권력을 가진 자들은 여전히 법 위에서 자신들의 세계를 조작하고 있고 힘없는 사람은 그들이 만들어 놓은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조작된 도시에서 말하고 있는 법의 잣대로 우리사회를 나누어 본다면 법이 절대로 미치지 못하는 영역에 있는 법 위에 있는 사람들, 법을 다루는 사람들, 법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법에 의해 철저하게 억눌려 법 밑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로 나눌 수 있지 않을까? 법 위에 있는 사람들이란 영화에서처럼 모든 것을 자신들이 조정해 버리고 자신들의 어떤 범죄행위도 법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시켜버리는 사람들일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다만 영화에서만 존재하기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기대일까? 다음으로 법을 다루는 사람들은 소위 판사, 검사, 변호사들로 법을 알기에 법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모든 것을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줄이기도 하고 늘리기도 하는 사람들이다. 어떤 경우는 없는 죄도 법을 통해 만들어 내기도 한다. 때론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 없다는 말로 법을 이용하여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하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도 영화에서만 존재하는 허구라고 말한다면 안 되는 것일까?

법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은 말 그대로 소시민으로 최대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지지고 볶으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닐까? 그저 자신의 양심과 지식으로 법테두리 안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마지막으로 법에 의해 철저하게 억눌려 법 밑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란 바로 법 앞에서만 서면 괜히 작아지는 사람들이다. 이미 이런 저런 전과로 인해 작은 잘못만 저질러도 판사 앞에서 얼마의 형량이 선고될까 벌벌 떠는 사람들, 법은 늘 자신의 삶을 짓누르는 억압의 대상이지 자신을 보호해주는 테두리가 되지 못하는 사람들로 어쩌면 우리 벧엘의집에서 생활하는 가족들과 같은 사람들일 게다.

때론 법을 잘 몰라 범죄자가 되는 경우도 많다. 법 없이 살 만한 사람처럼 욕심을 버리고 살아가면 좋으련만 가진 것이 없고,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해 쉽게 법의 경계를 넘나든다. 그러면 영락없이 지엄한 벗의 잣대로 심판대에 서게 된다. 그래서 그들은 법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때론 내가 또 무슨 죄를 지었는지 자신을 검열하기도 한다. 이게 법 밑에서 아등바등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작은 죄도 죄이니 당연히 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따지고 보면 가진 것이 없기에 일어나는 위법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위법행위를 정당화 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소한 법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럴 때만이 마음으로만 이라도 법 밑에 있는 사람들이 덜 억울한 생각이 들 것이다.

그래서 법 밑에서 살아가는 벧엘의집 식구들에게 최소한의 법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동안은 사건이 생기면 민변의 도움을 받았지만 그보다 더 긴밀하게 식구들에게 법에 대한 지식도 가르쳐 주어 법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하려면 재능기부를 통해 봉사할 수 있는 자문변호사가 필요했다.(기업이나 큰 단체들, 국가기관은 대부분 경비를 지출하여 자문변호사를 둬 법적인 문제에 대해 자문을 받고 있지만 벧엘의집과 같은 기관들은 자문변호사를 둘 여력이 안 되어 엄두도 못 냈던 일이다) 그런 간절한 염원을 하늘이 알았던 것일까? 지난해 말 학생 때부터 진료소 봉사를 하던 을지대학병원 외상센터 문윤수 선생님의 소개로 만난 법무법인 법승의 유병익 변호사가 재능기부를 통해 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벧엘의집 네 기관(울안공동체, 쪽방상담소, 희망진료센터, 세계의심장)의 자문변호사로 위촉했다. 거기에다 추가하여 전국 노숙인 시설을 위해서도 봉사하라고 전국노숙인시설협회 자문변화사로도 위촉했다.

그의 이력은 좀 독특하다. 변호사가 되기 전 수의사로 농협에서 근무하기도 했었다. 그래서 그의 명함에는 000 변호사라는 것과 함께 수의사라는 타이틀이 붙어있기도 하다. 늦게 로스쿨을 통해 변호사가 됐지만 재능을 가난한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그의 말대로 그의 재능기부가 법 밑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래도 법이 자신들을 보호하고 있다는 희망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유병익 변호사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희망을 말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해 함께 갑시다. 기대 많이 하겠습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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