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3기 진단을 받은 40대 K씨는 최근 유방 일부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이후, 혹시 모를 잔여 암세포를 제거하고 재발을 막기 위한 항암치료 약물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인공지능 의사 ‘왓슨’을 만났다. 왓슨은 300여 종의 의학저널과 문헌,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의 임상사례를 종합해 K씨에게 가장 적합한 항암치료제를 제시했다. 이는 외과, 혈액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등 여러 진료과로 구성된 건양대병원의 유방암팀의 의견과 일치하는 내용이었다.

암 환자의 진료데이터를 활용한 IBM 인공지능 ‘왓슨 포 온콜로지’가 건양대병원 암 환자와의 첫 대면을 마쳤다. 건양대병원은 5일 ‘인공지능 암 진료실’개소식을 갖고 첫 번째 왓슨 다학제 진료를 받은 환자의 사례를 공개하며 왓슨의 진료개시 시작을 알렸다.

건양대병원 암센터 윤대성 교수는 “왓슨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은 최신 의학지식을 끊임없이 학습하고 업그레이드 한다는 점”이라며 “세계적으로 검증된 국제표준의 암 치료를 안방에서 제공받는 셈이다”라고 말했다.

진료를 받은 K씨는 “솔직히 컴퓨터가 내 병의 치료계획을 제시한다는 것이 의심스러웠지만 암 진료팀의 의견과 일치했다고 하니 추후 치료에 확신이 생긴다”라고 말했다.

왓슨은 담당 의사가 암 환자의 정보와 의료기록, 검사결과 등의 항목을 입력하면 학습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적의 치료법을 찾아내 수십 초 안에 제시해준다. 최신 의료정보와 문헌을 의사가 모두 파악할 수 없는 현 상황에서 새로운 데이터를 계속 업데이트 하는 왓슨이 조력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의료진의 효율적인 결정에 도움을 주는 보조 수단일 뿐 치료 방향과 환자와의 소통은 의사가 담당한다.

빅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으로 일컬어지는 4차 산업혁명이 의료분야를 정조준하고 있는 가운데 건양대병원이 중부권 최초로 왓슨을 도입한 것에는 큰 의미가 있다. 암 환자의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변화시킬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의사가 암 환자 1명을 제대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평균 16시간을 투입해야 한다는 해외 연구결과도 있지만 이를 실천하기는 국내 의료기관들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또 암 환자들이 수도권 대형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 수개월간의 기다림과 장거리 이동을 위한 시간적 소모와 경제적 부담, 가족들이 겪어야 할 불편이 줄어든다면 소위 ‘의료 민주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건양대병원 최원준 병원장은 “결국 미래의 의료 패러다임은 변할 수밖에 없다. 왓슨 도입에 가장 큰 의미는 지역 환자들의 불편을 줄여주는 것이고 더 큰 의미에서는 암환자에게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지 않게 해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강선영 기자 kkang@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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