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환 한전원자력연료 전 사장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함께 최근 다양한 미사일 발사는 우리나라 국가안보,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기회 있을 때마다 미사일공격을 할 수 있음을 과시하고 있고 최근에는 미사일 전담조직까지 구성했다고 한다. 한편 한미 연합훈련을 위해 파견된 것이기는 하지만 미국 항공모함을 비롯해 최신 전투기, 정예 무기들이 한반도 내지 한국에 가까운 일본기지에 배치되고 있어 어느 때보다 국가안보가 중요한 때다.

아프가니스탄의 반정부군, 이라크의 종교 갈등에 따른 빈번한 대형 테러, IS 공격과 소탕작전에 따른 민간인 희생 등 국제사회 곳곳에서 국지적인 충돌이 자주 발생하기는 하지만 전면전의 발생은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전쟁의 가장 위협적 지역이라면 한반도일 것이다. 북한 체제를 지키기 위해 내부의 문제를 외부로 도출하려는 김정은의 도발적 행위와 함께 미국 대북정책의 혁신적 변화를 리드하는 새로운 정권하에서 어떤 일이 한반도에 일어날지 예측이 어렵다는 내용의 기사를 자주 접하게 된다.

북한의 전면 또는 국지전의 공격을 받게 될 때 우리는 어떤 행동을 해야 하고 평소에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를 알아야 하는데 뾰족한 답이 없다. 국가와 개인, 소속 기관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가상 시나리오에 따라 행동할 수 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북한의 김신조 간첩단이 대한민국의 중심인 서울로 들어올 때 가상상황이 아닌 실제 상황임이 공영방송 전파를 탔을 때를 기억한다. 당시 40대 가장인 나는 애들과 가족을 어떻게 피신시킬 것인가 생각하면서 당황했지만 당장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아 괜히 화장실을 들락날락했다. 지금도 변한 것은 없는데 현재 분명한 것은 우리 모두 너무 안이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으면서 모르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분명이 북한의 도발적 행위는 국가안보 내지 우리 국민 개개인의 생명과 연관이 있는 중차대한 일임을 잘 알고는 있지만 이러한 예상 상황 전개 가능성을 마치 남의 일 인양 모르는 척 넘기려하는 속성이다. 해외에서 바라보는 시각과 한국에 살고 있는 우리의 시각차는 분명히 크다.

지난 2월 29일 한국원자력아카데미와 과학기술포럼 등이 북핵 문제와 관련, 과학기술계가 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모색하는 포럼을 열었다. 과학기술계 전문가들이 모여 중지를 모으는 것인데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은 주제발표에서 “북한의 핵과 대량살상무기 제거를 위해 국력을 키워야 하지만 오늘의 상황은 우리가 불가피하게 핵을 선택하도록 강요하고 있다”며 “핵 옵션의 시기와 방법, 메커니즘 결정은 미래 세계 질서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정부 거버넌스, 기술, 관련 자원의 동원, 국제협력 등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 기조를 자강 능력 축적 우선주의로 바꿔 국가가 해야 할 연구 과제를 분명이 해야 하고 대(對)북한 정보 첩보는 압도적 우위에 있도록 해야 하는 한편 과학기술계의 집합적 공론화를 통해 잠재적 동원력을 집적하고 원자력기술 인력은 물론, 원자력과 국가전략, 자강전략을 연결하고 책임 있게 통합할 수 있는 전략 그룹의 조직과 동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도 우리에게 어려움을 준다. 한반도는 남북한으로 분단됐고 주변 중국, 일본 강대국 사이에 끼어 외롭게 보이기까지 한다. 이는 삼국시대, 고려, 조선을 이어오는 역사적인 이정표에서도 그대로 말해 주고 있다. 일본의 노략질과 침략, 중국의 대국 행세 등이 그대로 이어와 우리의 선조들은 얼마나 핍박을 당했으며 이를 극복하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했던가? 오늘을 사는 우리 역시 충분히 이를 이해할 수 있는데 그 사례가 바로 최근의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견제다. 이러한 내외환의 어려움도 문제지만 더욱이 대통령 탄핵에 따른 사회적 결속 결여, 남남갈등의 폭 증폭 등이 국가안보와 국민의 안위에 큰 영향을 주게 될까 심히 우려된다. 각자의 입장에서 조금씩 양보해 국가안보를 최우선에 두는 정책을 강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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