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태 계룡시선관위 사무과장

 

독일의 작은 시골마을에 단짝 친구가 있었다. 그들은 유년 시절부터 학교에서 라이벌이었다. 서로 경쟁하면서 성장해 한 친구는 은행가로, 다른 친구는 건축가로 성공했고, 지역사회의 유력인사가 됐다. 하지만 건축가 친구는 건설경기 침체로 파산 직전에 이르게 됐다. 은행가 친구가 건축가 친구를 찾아가 말했다. “집을 하나 지어줘야겠네. 최고의 자재를 사용하고 자네가 가진 최상의 기술로 지어주게. 비용은 걱정하지 말고.” 건축가 친구는 은행가 친구의 제안이 반갑기도 했지만 자신에 대한 동정이라는 생각에 착잡하기도 했다.

건축가 친구는 겉만 최고의 자재를 사용하고 보이지 않는 곳은 저질의 자재를 사용해 집을 지었고, 친구에게는 최고의 자재로 집을 지었으니 이 마을 최고의 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집이 완성되자 은행가 친구는 새로 지은 집에서 지인들과 파티를 하며 말했다. “우정과 믿음으로 평생 나를 행복하게 했던 내 인생 최고의 친구에게 이 최고의 집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은행가 친구는 얼마 후 불의의 사고로 사망했고, 몇 년 후 건축가 친구는 다음과 같은 유언장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내 인생 최고의 친구가 준 선물을 이제는 우리 마을의 소외된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싶습니다. 내 평생 사랑하고, 동시에 미워했던 친구를 그리워하며.”

가족·친구·동료 간의 믿음이 두텁고, 나아가 국가·사회 구성원 사이의 신뢰에 대한 상호 협의가 견고한 사회를 ‘사회적 자본’이 풍부한 사회라고 한다. 사회적 자본의 필수요소인 경쟁의 공정성에 대한 구성원들의 확신이 없으면 불필요한 갈등과 비용이 발생한다. 공정성을 저해하는 행위임에도 눈앞의 이익을 위해 용인하면 결국 구성원 전체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해악의 부메랑이 돼 돌아오게 된다.

5월 9일 실시하는 제19대 대선을 맞아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 관련 불법행위를 사전 차단하기 위해 후보자 및 유권자에게 다양한 안내활동을 하고, 위법행위 정황이 포착되는 경우 엄중하게 조사·조치할 방침이다.

불법정치자금 수수, 불법선거운동조직 설치·운영, 공무원의 조직적 불법선거운동 개입, 금품·향응 제공 등의 중대 선거범죄를 신고한 사람에게는 최고 5억 원까지 포상금이 지급되며, 선거범죄 신고·제보자의 신분은 법에 따라 철저하게 보호된다. 반면 선거에 관한 금품이나 음식물 등을 제공받은 사람은 최고 3000만 원까지 과태료가 부과되므로 유권자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변화는 신념을 바탕으로 이뤄진다. 후보자와 유권자는 공정한 선거의 당위성에 대한 신념을 가져야 한다. 후보자와 유권자는 법 규정을 준수하며 정정당당한 자세로 선거에 임하고 결과에 깨끗이 승복해야 한다. 눈앞의 이익과 욕심 때문에 친구의 믿음과 우정을 지켜주지 못했던 건축가의 인생을 되새기며, 다가오는 5월 9일 유권자의 성숙하고 올바른 선택을 기원한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