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작가/한국문인협회 이사

지상 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0년째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7000불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선진국이냐 아니냐를 가늠하는 잣대가 되는 3만 불 진입 시도가 또 무산됐다는 것이다. 답답하다. 우리는 이 벽을 허물 수 없는 것일까? 이 늪을 건널 수 없는 걸까? 국민 모두가 어서 빨리 이 장벽을 넘어 선진국 진입을 열망하고 있는데도 이 징검다리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으니 걱정이다.

인간은 행복을 추구한다. 경제적으로 넉넉하고, 안정된 정치 상황에 여가를 즐기며 살고 싶어한다. 기본적으로 생존의 욕구를 충족하면서 가정과 직장, 나아가 사회적인 조직에 소속하고, 그 속에서 사랑과 존경을 받고 싶은 욕구가 충족될 때 행복해진다. 더 나아가 자아실현을 통해 문화와 예술을 누리고, 창조하면서 살고 싶어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지금 경제 도약을 꿈꾸던 1970년대 말이나 1980년대에 비해 덜 희망적이고 덜 행복하다. 우리에게 비전을 제시해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은 더 우울하다.

지금 우리는 이 걸림돌들을 걷어내야 한다. 냉정한 이성으로 스스로를 성찰하면서 그 이유를 근원적으로 캐내야 한다. 일제저항기를 벗어난 후 신생국가로서 우린 참으로 많은 역경을 헤쳐가면서 민주화도 성취하고 경제도 발전한 롤모델 국가로서의 위상을 자랑해 왔다. 가능성이 있는 민족으로서 개발도상국 중 가장 앞서가는 나라로서 세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런데 지금 그 모든 것이 일시에 허물어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둔한 필자의 눈으로 보는 거지만 3만 불 시대에 진입을 못하는 이유를 쉽게 알 것만 같다.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돌아가는 사태를 둘러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곰곰이 따지면서 분석할 필요도 없다. 남북 대립, 극한적인 좌우 이념 갈등, 태극기와 촛불의 투쟁, 평행선만 달리고 있는 노사 문제, 세월호 사태의 정치쟁점화, 투쟁만 일삼는 전교조, 과다한 복지정책으로 일은 하지 않고 정부만 바라보는 서민 계층의 한심한 모습, 고학력 정책으로 잡일은 하지 않고 화이트칼라만 고집하는 산업인구 불균형, 그 밖에도 우리가 선진국 진입을 못하고 있는 이유는 많다. 열심히 일하지 않고 기회만 있으면 샴페인만을 터트리고 싶어하는 이들의 허세, 이런 상황에 선진국으로 진입한다면 그게 오히려 비정상이다. 그렇게 우리는 벌써 오랜 세월을 계층·이념·가치관의 대립과 갈등이 팽배하는 가운데 불신과 반목의 세월을 살아왔다.

대한민국은 지금 정치나 경제에 걸쳐 큰 성장통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다. 동족 간에 벌인 전쟁인 6.25의 비극, 4.19민주 혁명, 5.16 쿠데타, 5.18광주 의거, 6.29선언 등의 시대적인 아픈 흔적들을 싸매면서 이룩한 민주화와 그동안 새마을운동, 독일 광부·간호사 파견, 월남 파병, 중동 근로자들의 헌신 등을 기반으로 일궈낸 비약적인 경제 성장이 이제 과부하에 걸려 있다. 유럽에서는 수 세기에 이룩한 데 비해 우린 100년도 안된 압축 성장, 졸속한 민주화를 하는 동안 겉으로 모두가 스스로는 완벽하게 이뤄낸 척하고 있지만 사실은 모두 뼈 속 깊은 곳에서 성장통을 앓고 있는 환자가 된 것이다.

전통적인 유교사회에서 다져진 도덕관이나 윤리관이 허물어지고 핵가족화 되면서 팽배한 개인주의 속에서 서로 협조하고 양보하고 배려하는 덕목이 사라진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우리는 이 성장통을 어서 치유해야 한다. 국가의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면서 누리려고만 하지 말고 상생해야 한다. 극한적인 남북 대치 상태에 해방 직후 좌우 대립이 아직도 통합되지 않고 있고, 부정부패와 비리가 사회 구석구석에 독버섯이 돼 깊숙이 배어들고 있는 상황에 경제가 무너지고 정치는 불안하기만 한데 어떻게 3만 불 시대에 진입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지금 5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대통령이 구속된 불행한 사태 속에 대선을 치르고 있는 중으로, 군웅할거하고 있는 후보들은 자신들의 입신양명만 추구할 뿐 국민들에게 비전을 주지 못하고 있다. 진정한 민주화와 경제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에 앓고 있는 이 성장통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그게 걱정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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