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론 등 서민금융 자격 조건 까다로워

저신용자 이용 못해 올해 대출실적 '뚝'

친서민을 표방하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 방향과 맞물려 대대적인 관심 속에 도입됐던 미소금융(2009년 12월)과 햇살론(2010년 7월)이 활력을 잃어가고 듯한 분위기다.

저신용 서민을 위한 서민금융이 올해 들어 크게 위축된 가운데 7일 대전 중구 은행동 KB미소금융재단 대전본부를 찾았다. 칸칸으로 나눠진 상담창구엔 소수의 대출상담역만 자리를 지킨 채 파리만 날리고 있었다.

대전본부 관계자는 “이래봐도 이곳이 전국 최초로 미소금융사업을 시작한 곳”이라며 은근히 자랑을 늘어놓다가 “출시 초반엔 전국 각지에서 대출(상담)을 받기 위해 찾아온 인파들로 북적였지만 지금은 하루에 찾아오는 상담자 수를 한 손가락에 꼽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서민전용 대출상품이 다수의 이용자격 제한으로 금융 소외자들에겐 여전히 이용 문턱이 높다”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서민금융정책이 한계에 다다른 모양새다. 신용등급이 6등급 이하인 서민들의 창업 및 생계자금을  싼 이자로 대주는 햇살론은 대출실적은 눈에 띄게 줄었고, 미소금융 이용자도 뜸해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저신용자 대출 수요 충족을 위해 도입한 이른바 서민금융지원 프로그램이 떠들썩했던 초기와는 달리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유지되고 있지만 지난해에 비해 대출 규모가 크게 감소하는 등 전반적으로 활력이 떨어졌다.

올 들어 4월까지 햇살론 대출금액은 작년 총 대출의 8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저신용자 대상의 창업·운영자금 지원 프로그램인 미소금융 지점 설치도 올 들어 11개에 그치는 등 증가세가 대폭 꺾였다. 미소금융업계는 시행 초기에 비해 신규 지점 개설 속도가 둔화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올해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상호금융기관들과 저축은행이 운영하는 햇살론의 경우 올 들어 4개월간 대출액은 1836억 원에 불과하다. 작년 7월 26일부터 12월 말까지 실적 1조 3859억 원에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수치다. 대출건수도 2만 1089건으로 작년 15만 2731에 비해 7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농협, 신협, 새마을금고 등 대전지역 햇살론 취급기관들의 올 3월 말까지 지원실적도 557건, 40억 7900만 원으로 작년 4947건, 392억 2300만 원에 비하면 미비한 수준이다.

게다가 과도한 가계 부채에 대한 경고음이 발생하면서 서민금융지원 프로그램 운영 금융회사들이 이전에 비해 소극적인 태도로 돌아선 것도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대전지역 금융업계 관계자는 “최고 금리가 44%인 대부업체와 비교하면 미소금융(연 4.5%), 햇살론(10.6~13.1% 이하)은 특혜나 다름없다”며 서민금융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장점을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문제는 서민들의 상환능력이 취약하다는 점”이라며 “당장 사정이 급해 쓰는 거지, 갚기 어려운 건 매한가지다”라고 친서민 금융정책의 부작용을 털어놓았다. 이어 "햇살론 취급기관들 중엔 상환능력이 되지 않는 신청자를 아예 받지 않는 분위기"라며 "연체율 때문에 일부러 햇살론을 취급하지 않는 점포들도 부지기수다"라고 덧붙였다.

은행 문턱이 높아 돈을 빌리기 힘든 서민을 위해 저렴한 금리로 대출을 해준다는 게 미소금융, 햇살론 등 서민금융제도의 도입 취지이지만 최근엔 연체율이 올라가면서 부실화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3월 말 현재 미소금융중앙재단의 26개 지역지점 연체율(연체일수 31일 기준)은 액수 기준으로 7%를 기록했다. 이는 전달의 5.4%보다 1.6%포인트 상승한 것이고, 건수 기준으론 전달 6.5%보다 1.7%포인트 오른 8.2%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미소금융업계 관계자는 “지역지점 연체율 상승은 전체 미소금융 지점의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기금 운용이 마비되기 전에 대책을 강구, 연체율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