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호 이응노미술관장

2007년 개관한 이응노미술관은 개관 10주년을 맞아 한층 성숙하고 안정적인 모습으로 관람객을 맞고 있다. 특히 올해는 ‘동아시아 회화의 현대화 : 기호와 오브제’, ‘이응노 해외 컬렉션 : 스위스 쇼드 퐁 시립미술관’, ‘이융세, 장 폴 아고스티’전 등 세 번의 국제 기획전시를 준비해 미술관을 찾는 관람객의 성원에 보답하려 한다.

이응노미술관은 2017년의 첫 국제기획전으로 ‘동아시아 회화의 현대화 : 기호와 오브제’전을 지난 11일 시작했다. 이 전시는 유럽의 서체추상의 거장들을 소개한 2014년 ‘파리 앵포르멜 미술을 만나다’와 지난해 열린 ‘이응노와 유럽의 서체추상’전을 잇는 국제 기획 전시다. 기호와 오브제를 사용해 서양과는 다른 방식으로 수묵추상을 창작한 아시아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동아시아 미술의 현주소를 되돌아볼 수 있다. 이는 이응노 화백의 예술이 갖는 미학적 성과를 동아시아 미술의 문맥 속에서 파악하고 그 결과를 국제적으로 널리 알리기 위함이다.

이번에 초청된 량췐(중국), 양스즈(대만), 마쓰오 에이타로(일본), 한국의 양광자, 오윤석 등 5명의 작가는 모두 종이를 오브제로 사용하고 있으며, 서구미술의 현대성을 받아들여 각국의 문화 속에서 독자적인 예술을 발전시켜 온 훌륭한 작가들이다. 특히 이 전시의 출발점에는 기호와 오브제를 적극적으로 사용한 이응노 화백이 있다. 이응노 화백이 1962년부터 프랑스 화단에서 선보인 콜라주 작품들 속에는 문자를 기호화해 현대적인 방식의 추상을 창작한 도전정신과 창조정신이 깃들어 있으며, 이번 전시에 출품한 다섯 분의 작가는 바로 이응노 화백의 예술을 누구보다도 잘 구현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또 이응노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보다 깊이 이해하고 학술적으로 검증하기 위한 국제학술심포지엄도 오늘 개최한다. 이 자리에는 한국미술연구소 소장이며 이화여자대학교 명예교수인 홍선표 교수, 2002년 타이페이비엔날레 커미셔너이며 고립큐레이터 왕가치, 일본의 저명한 미술평론가 치바 시게오 등 큐레이터와 연구자들을 초청해 아시아 모더니즘과 서체추상에 대한 강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한편, 이응노미술관은 개관 10주년을 맞아 3월 한 달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시민 인지도 조사를 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74%가 이응노 화백을, 그리고 78%가 이응노미술관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응답자의 88%가 이응노미술관을 방문하겠다고 답해 지역 관광자원과 연계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전문화예술계를 대표하는 문화자산으로 자리 잡은 이응노미술관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는 평가다. 그러나 더 다양하고 적극적인 홍보와 관람객의 참여프로그램 및 교통접근성 등의 개선해야할 숙제도 산재함을 알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이번 ‘동아시아 회화의 현대화 : 기호와 오브제’ 전시부터 숙제를 풀어가야겠다는 생각에 미술관의 4전시시실에서는 이응노 화백의 문자추상을 소재로 관람객의 동작에 작품이 반응하고, 관람객이 작품의 일부가 되는 박정선 작가의 인터렉티브 영상설치 작품 ‘썼다지웠다’가 전시된다. 이번 전시에 관계된 대전의 오윤석 작가와 박정선 작가가 동아시아 미술의 최고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국제적인 인지도가 높아지길 조심스럽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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