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박사

“아프냐… 나도 아프다.” 드라마 ‘다모’에서 남자주인공 이서진이 사랑하는 그녀에게 던진 대사다. 이런 대사가 가능한 사람, 눈빛만 스쳐도 마음을 알아줄 사람. “두 사람은 영원히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의 공동주인공이 될 사람. 많은 이들은 배우자와의 관계가 이처럼 특별한 것이길 바란다. 심리학자 캐롤 드웩은 인간관계를 비롯한 성취를 대하는 두 가지 마인드세트를 구분했다. 그 하나는 개인적 자질이 일정하게 고정돼 있다고 믿는 고착마인드세트이고, 다른 하나는 성장마인드세트다. 그런데 고착마인드세트는 그 낭만적 기대와 달리 관계에 두 가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첫째, 고착마인드세트가 노력 없이 저절로 이뤄지는 좋은 관계를 지향하도록 한다는 점이다. “당신의 이상적 파트너는 어떤 사람?”이라는 질문에 ‘날 존경하는 사람, 흠모하는 사람’이라고 답하는 것은 적어도 그 한 사람에게는 신이 되기를 원하는 고착마인드세트의 자세다. 그들에게 이상적인 관계란 ‘즉시적이고 완벽하고 영구적’인 것이다.

그러나 성장마인드세트를 지향하는 사람은 저절로 이뤄지는 마법의 관계를 기대하지 않는다. 이들은 좋은 관계가 지속되려면 두 사람 사이에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차이를 조화시키려는 부단한 ‘노오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 태도는 노력을 요한다는 사실 자체가 관계에 문제가 있음을 나타낸다고 생각하는 고착마인드세트와 대비된다.

둘째는 고착마인드세트가 둘 사이에 일어난 갈등을 관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증거로 생각하도록 한다는 점이다. 고착마인드세트는 갈등에 대한 상대방의 책임을, 특히 성격적 결함을 지적하도록 한다. “이기주의자, 너 때문이야”라는 말 화살에 파트너는 열받게 되고, 이런 갈등이 반복되다 보면 관계는 점점 악화될 수밖에 없다. 고착마인드세트가 강한 커플은 결혼생활의 햇수가 쌓임에 따라 서로를 멋진 연인에서 더없이 형편없는 인간으로 끌어내리는 과정을 겪는다. 그토록 소중했던 파트너를 이렇게까지 격하시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고착마인드세트가 갈등의 원인 모색에 대한 선택 폭을 좁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선택지는 사지선다나 오지선다가 아니라 이지선다이다. 즉 책임이 ‘당신에게 있거나’ 아니면 ‘내게 있거나’ 둘 중 하나인 것이다. 그리고 ‘잘 되면 내 덕, 못되면 네 탓’을 하는 자기본위적 귀인편향은 자신의 잘못을 슬그머니 배우자에게 떠넘기도록 유혹한다. 한편, 성장마인드세트는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 그것은 갈등의 책임을 상대방에 돌리기에 앞서 갈등의 원인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도록 이끈다.

척 보면 서로를 알아볼 수 있고 필이 통하는 반쪽을 만나 결혼식을 올림과 동시에 ‘불행 끝 행복 시작’이 이뤄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실제로 결혼식은 나라는 문제덩어리가 또 다른 미지의 문제덩어리를 만나 한 공간에서 먹고 자고 숨 쉬며 상생하기를 배우겠다고 약속하는 순간이라 할 수 있다. 두 문제보따리가 서로의 미해결과제를 수습하며, 갈등하고 배우며 성숙해가는 긴 여정에 첫발을 내딛는 자리인 것이다. 그 누구라도 함께 살기는 쉽지 않다.

우리의 ‘자기보존경향’은 가능한 한 자신의 정체성을 바꾸지 않으려 하며, 현재를 고집한다(상대방에게는 바뀔 것을 종용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현재를 고집하는 한 자기실현으로부터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자기실현경향’은 자기보존경향과 겨루면서 현 정체성과는 다른 방향으로 자신을 확장시키려고 애쓴다. 이것이 바로 성장마인드세트의 자세다. 성장마인드세트를 지향하는 사람들은 이상적 파트너란 ‘내 결점을 고칠 수 있게 도와주고, 발전하도록 자극하며, 새로운 것을 배우라고 격려하는 사람’이라는 답을 선호한다.

“난 이 세상을 약자와 강자, 아니면 성공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으로 나누지 않는다. 난 이 세상을 배우는 사람과 배우지 않는 사람으로 나눈다”라는 사회학자 벤저민 바버의 말이 떠오른다. 이 4월에는 산에 들에 식목하듯이 마음속에도 성장마인드세트를 심고 싶다. 거기서 예쁜 싹이 돋아나 무성해지고 새가 날아와 노닐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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