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가시관 찔린 머리
평강(平康)의 관(冠)을 쓰고
채찍에 찢긴 살점
구속(救贖)의 만나였네
대속(代贖)으로 살린 생명
하나님의 원대한 뜻
십자가 타고 흐른
자줏빛 혈흔이여
골고다 언덕에 핀
샤론의 장미화
십자가 사랑되어
온누리에 번져가네

예루살렘 성 다메섹 문 북동쪽 230m 지점에 위치한 골고다(Golgotha)는 ‘해골’이란 뜻을 가진 아람어다. 예로부터 처형 장소로 사용된 낮은 언덕으로, 해골이 많았거나 혹은 그 지형이 해골처럼 생긴 데서 이런 지명이 유래한 듯하다. 유대인들은 골고다로 불렀지만 대다수 그리스도교도는 라틴어 이름인 ‘갈보리’를 사용한다. 주님이 십자가에 매달린 뒤 골고다와 갈보리는 부당한 고통을 겪은 장소나 사건을 가리키는 대명사가 됐다. 전설에 따르면 골고다는 아담이 죽은 곳이다. 그렇다면 골고다는 최초의 죄인이 죽은 곳이자 구원자인 메시아가 죽은 곳이다. 예수는 인간의 죄를 대속(代贖)하기 위해 고대 카르타고·페르시아·애굽·앗수르 등지에서 죄인들을 고문하고 사형을 집행할 때 사용했던 형구(刑具)인 십자가에 매달림으로 고통과 저주를 친히 감당했다. 이때부터 십자가는 사랑과 희생과 구원의 표상이 됐고, 교회의 심벌로 자리매김했다.

짐승의 가죽으로 만든 옷을 형상화한 상형문자 ‘구할 구(求)’와 ‘(회초리로) 치다, 때리다’라는 뜻의 ‘등글월 문(攵)’으로 형성된 ‘구원할 구(救)’자에는 뱀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선악과를 따먹는 원죄를 범한 아담과 하와에게 손수 가죽옷을 만들어 입힘으로 구원하시고자 하는 하나님의 구속사(救贖史)가 함의돼 있다. 빚이나 지은 죄를 씻기 위해 돈이나 물품, 노력 등으로 대신 갚는다는 의미의 ‘속죄할 속(贖)’자 또한 재물을 뜻하는 ‘조개 패(貝)’와 ‘팔 매(賣)’의 합자로 돈을 주고 죄를 사면받는다는 뜻의 글자다. 대속의 참뜻은 그리스도를 통해 인류를 죄악으로부터 건져내는 하느님의 섭리적인 행위로, 재산·동물·인간의 법적인 자유가 금전 지불로써 본래의 소유주에게로 돌아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노예나 죄인을 자유케 하기 위해 빚을 대신 갚거나 남의 고통을 대신 당하는, 궁극적으론 예수께서 십자가 보혈로 죄인들의 죄를 감당하시고 구원하신 일을 기독교에선 대속이라 한다.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代贖物)로 주려 함이니라.” 인자(人子), 곧 예수는 많은 사람의 대속물이 되기 위해 이 땅에 오셨다. 그러나 부활이 없는 대속에 대해 고민했던 신학자 라인홀드 니버는 “구속은 죄의 부패를 제거한다는 보장을 하지는 않는다. 실제 죄의 부패는, 오히려 구속돼 죄에서 해방됐다는 주장으로 말미암아 더욱 증대된다”라고 말했다. 폴 탈티히는 죄는 ‘분리’이고, 은혜는 ‘수용’이라고 했다. 그가 말하는 ‘구속’은 하나님에게 수용된 상태를 의미한다. 인간과 하느님의 분리, 또는 인간과 하느님의 접근이 구속이라는 지점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구속받은 인간은 부활신앙을 통해 거듭나 하나님의 은혜를 수용하는 성화(聖化)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완전한 구속은 부활을 통해 비로소 완성된다.

부활절 전까지 여섯 번의 주일을 제외한 40일 동안의 기간이 사순절이다. 사순절은 기독교인에게는 금식과 특별기도, 경건의 훈련기간이다. 성경에는 ‘40’이라는 숫자와 관련된 사건이 많이 등장하는데, 노아 홍수 때 40일간 밤낮으로 비가 내렸고,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이 40년 동안 거친 광야에서 생활했으며, 예수께서 광야에서 40일간 마귀의 시험을 받기도 했다. 이렇듯 ‘40’은 고난·시련·인내를 상징하는 숫자다. 부활절은 십자가에 매달려 죽은 예수님이 다시 살아나신 날이다.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 예수님의 승천과 성령강림으로 이어지는 부활절은 기독교인에겐 구원의 소망을 은혜로 바꿔주는 믿음의 임계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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