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연 대전시 시민안전실장

 

이틀 후면, 세월호 사고 3주기를 맞는다. 세월호 사고는 재난예방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을 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큰 반성과 학습의 기회가 되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는 여전히 ‘위험사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산업재해 사망률 OECD 국가 중 1위, 교통사고 사망률 세계 1위라는 불명예 타이틀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그동안 경험해 보지 못한 색다른 유형의 재난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의 성격이 혼재된 신종 복합재난도 늘어나고 있다.

이제는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위험사회’에 대해 압축 성장의 불가피한 부산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보다 체계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위험사회’를 벗어나 보다 높은 수준의 안전을 이루려면, 좀 더 적극적인 성찰과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중에서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지역주민의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참여를 기반으로 한 재난관리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며, 이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첫째, 공공부문의 한정된 재난관리 자원을 보충하는 역할을 한다. 예측 불가능한 재난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재난관리의 전부를 공공부문이 맡는다면 비효율적일뿐더러 재정적인 부담도 매우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적정한 수준의 공공부문 자원을 유지하되, 유사시에 민간의 자원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보다 신속한 대응과 복구가 가능하다. 대규모 재난이 발생하게 될 경우, 정부나 지자체에서 긴급한 구조 활동을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한다. 업무태만이나, 계획상의 문제라고만 볼 수는 없다. 조직차원의 대응을 위한 최소한의 시간, 근무 인원의 부족, 접근로의 차단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보완할 수 있는 것이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이다.

셋째, 시민들의 의식 전환이다. 재난 발생 시 주민들의 상당수는 ‘어떻게든 나만 안전하면 된다.’는 의식을 갖고 있다. 민간부문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루어진다면, ‘우리지역의 안전은 나 스스로 지킨다’는 방향으로의 의식 전환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러한 의식 전환이 재난관리의 질적 개선으로 이어짐은 물론이다.

이러한 필요성에 따라 우리시는 재난관리 민관협력체계 구축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민관 상호 협력의 재난관리 체계인 ‘안전관리민관협력위원회’를 새로이 구축해 민간부문의 우수한 역량과 자원을 재난관리에 활용하고 있다. 지역 내 재난안전 전문성을 갖춘 자율방재단, 안전모니터봉사단, 의사협회 등 15개 민간단체 및 전문기관으로 구성해 평상시에는 재난 위험요소에 대한 제보와 취약시설 모니터링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재난발생 시에는 인적·물적 자원동원과 인명구조 및 피해복구 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원자력 안전문제도 협업의 거버넌스를 구축해 해결하고자 한다. 원자력연구원내의 방사성 폐기물 무단 폐기, 원자로 내진보강 등 여러 가지 의혹을 지역주민, 시·구의원, 시민단체, 전문가 등과 함께 서로 소통하고 협업해 나간다면 당면한 원자력 안전문제를 해결하는 답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최근 수도권지역에서는 메르스 사태를 거울삼아 의사회 등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감염병 공동협의회’를 출범하고, 동해안에 인접한 경북도, 강원도, 울산시에서는 지진 재난 등 동해안권 재난에 상호 공동 대처를 모색하고 있다. 이처럼 민과 관이 함께하는 협업의 거버넌스가 이제는 재난관리의 한 축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정착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지속 가능한 안전한 도시는 어느 누구 혼자서는 만들 수가 없다. 사회 구성원 모두의 폭넓은 참여와 협력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오늘 우리가 재난에 공동으로 대응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 재난관리 각 분야에 민과 관이 함께하는 협업의 거버넌스가 구축되어 오늘의 처한 위험사회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사회갈등이 해소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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