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호 대전시 도시주택국장

에라토스테네스는 기원전 200년경 하지(夏至) 때 태양의 고도를 이용해 지구 둘레를 측정했고 측천양지(測天量地)를 향한 인간의 끊임없는 도전으로 구글 어스(Google Earth) 같은 초정밀 입체영상지도를 만들었다. 이러한 노력으로 자율주행 자동차, 드론 택배 등 공간정보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첨단기술이 등장하면서 세상은 빛의 속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지적제도는 100여 년 전 일제강점기에 토지수탈과 세금 부과목적으로 토지조사사업이 시행되었다. 이때 만들어진 지적(地籍)은 부정확한 측량기술에 의해 종이지적으로 만들어졌으며 6.25전쟁으로 지적공부가 분실 또는 소실되어 재작성 과정과 종이의 신축 특성 등으로 지적불부합지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른 토지소유자 간 분쟁이 빈번히 발생하여 사회적 갈등요인으로 작용하고, 국가행정의 비효율을 초래하는 등 21세기 정보화 사회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정부에서는 국토관리의 새로운 백년대계를 위해 40여 년간의 길고 긴 준비 과정을 거쳐 2011년 ‘지적재조사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약 1조 3000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하여 2012년부터 2030년까지 장기 국책사업으로 지적불부합지 정리 사업과 세계측지계 변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전시는 150억 원(국비 90% 지방비 10%)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지적재조사 사업은 토지에 대한 재산권분쟁 해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마지막 남아있는 일제의 잔재를 청산해 국가의 위상을 높이고 우리나라의 측량기술로 한국형스마트지적을 구축한다는 목표로 추진하는 것이다.

지적불부합지 정리 사업은 토지의 실제 현황과 일치하지 아니하는 지적공부의 등록사항을 바로잡고 종이로 된 지적을 디지털지적(경계를 좌표로 등록하는 지적)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우리나라 전체 토지 3700만 필지 중 15%인 554만 필지가 지적불부합지 정리대상이다. 그중 대전시는 시 전체 토지 29만 1000 필지 중 약 20%인 5만 9000 필지가 지적불부합지 정리대상으로 2012년 동구 삼괴지구, 유성구 서당골지구 및 지족·반석지구를 시작으로 지난 3월말 현재 29개 지구 9013필지를 사업지구로 지정하여 9%(전국 평균 6%)인 18개 지구 5029필지를 완료하고 11개 지구 3984필지는 추진 중이다.

세계측지계 변환 사업은 일본 지형에 적합하도록 설정된 동경측지계(지역좌표계) 기준으로 작성된 지적공부를 세계가 표준으로 사용하는 세계측지계 기준으로 변환하는 것으로 전국 3236만 필지가 변환대상이며 그중 대전시는 25만 9000 필지로 3월 말 기준 16만 1000 필지(시 전체의 60%, 전국 평균 36%)를 세계측지계로 변환하여 전국 최고의 추진실적을 보이고 있으며, 나머지 잔량에 대하여도 2020년 이전에 조기 완료할 목표로 세계측지계 변환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적재조사 사업은 장기 국책사업으로 4단계로 나누어서 시행하고 있다. 1단계(`12 ~ `15년)는 ‘도입 및 추진기반 마련’, 2단계(`16 ~ `20년)는 ‘안정적 디지털지적 이행’, 3단계(`21 ~ `25년)는 ‘사업의 파급확산’, 4단계(`26 ~ `30년)는 ‘디지털지적 정착’으로 사업을 완료하게 된다. 1단계는 사업 초기로 추진조직과 제도적인 기반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아 추진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나 담당 공무원과 측량대행자가 사명감으로 맡은 바 임무를 다해줌으로써 나름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현재는 2단계 사업기간으로 ‘안정적 디지털지적 이행’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계획된 2030년까지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추진한 사업에 대한 종합적 진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정부의 부족한 국고보조금 지원으로 사업기간 장기화가 우려되고, 이웃 토지소유자 간 경계합의 및 면적 증감에 따른 조정금 정산과 관련하여 많은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목표연도에 사업을 완료할 수 있도록 지적재조사 기본계획에서 정한 사업비를 안정적으로 확보하여 지방자치단체에 지원하여야 하며 지적재조사사업의 성공적인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서 합리적인 사업지구 설정기준과 사업 추진에 대한 가이드를 개발 발전시키고,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위한 토지소유자협의회 운영 활성화와 다각적이고 적극적인 대국민 홍보가 필요하다.

아울러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드론 등 신기술을 도입하여 사업비 절감과 사업의 효율적인 추진을 도모하고, 지적재조사 사업 추진 모델개발, 유형별 기술 검토 및 핵심기술 개발, 창조적 성공 모델을 구축하여 사업추진 역량을 강화해야 하며, 무엇보다도 성공적인 사업추진을 위해서는 해당 지역주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제도의 이해를 통한 협조가 필요하다.

아무쪼록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역량을 결집, 국가 미래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지적재조사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하여 한국형스마트지적이 완성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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