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환 건양대 교수(법학박사)

지난 몇 달 동안 우리 사회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둘러싸고 극심한 내부 갈등과 불통으로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에도 불구하고 이에 불복하는 움직임은 민주주의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훼손했으며 국론 분열로 인한 국가적 위기를 초래했다.

현대사를 돌아보면 1987년 6월 항쟁 이후 당선된 역대 대통령들은 한결같이 패배한 측으로부터 승복을 받아내지 못하고 끊임없이 공격을 받았다. 한국정치의 고질병인 ‘반대를 위한 반대’가 판쳤다. 5년 단임제라는 특성 때문에 차기 집권을 위해 야당은 정권초기부터 집요하게 대통령을 흔들어댔고 집권 3년 차 이후부터는 어김없이 대통령이 레임덕에 빠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갑작스러운 탄핵으로 오는 5월 치러지는 대선열기가 점차 달아오르고 있지만 대선 이후 과연 아름다운 승복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인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치열한 선거전이 끝나면 결과를 깨끗이 인정하는 승복의 문화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우리 정치는 국민을 네 편과 내 편으로 갈라 갈등을 부추기는 데 익숙해 있다. 불복의 문화는 현재 위기에 빠져있는 대한민국호를 실패의 나락으로 내몰 수 있다.

우리 사회의 갈등 양상은 어느 하나로 규정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이념·세대·지역·노사갈등에 이어 갑을 관계에 이르기까지 온갖 갈등이 터져 나온다. 이 같은 불통과 불복에서 야기된 사회적 갈등은 사회통합을 저해함은 물론 이를 해소하기 위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해 국가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사회갈등지수는 OECD 조사 대상 25개국 가운데 5위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보다 사회 갈등이 심각한 나라는 터키, 그리스, 칠레, 이탈리아뿐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우리 사회의 갈등 때문에 직·간접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이 연간 최대 246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27%를 갈등 해소 비용으로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볼 때 우리 사회의 고질병인 사회갈등을 줄이는 노력이 없으면 선진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길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사회적 갈등지수가 높으면 국민의 행복지수가 낮기 마련이다.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는 어느 정도 선진국 문턱에 도달했지만 정작 국민행복을 나타내는 지수들은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사회적 갈등이다. 정치권과 경제계, 시민단체를 비롯한 각계각층은 사회적 갈등이 더 이상 치유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 전에 서둘러 해법을 찾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1990년대 네덜란드가 노사대타협으로 경제 기적을 이뤘듯이 저성장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작금의 상황에서 사회갈등 해소를 경제위기 극복의 모멘텀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갈등의 효과적인 예방과 관리를 위한 법·제도적 장치의 보완이 시급하다. 심각한 사회갈등 관리를 위해 갈등관리기본법을 제정하고 범정부적 차원의 대응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우선,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사업 또는 사안에 대해서는 사전에 충분한 의사소통을 통해 사회적 합의점을 찾고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정책이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갈등관리전담기구 설립을 통해 사회적 갈등해소를 위한 전반적인 대안을 마련하고 효율적인 갈등 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회갈등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범국민적 노력을 전개해 국력 낭비를 최소화하고 성장잠재력을 확충함으로써 선진국 진입의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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