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선거참패로 입지 위축

6·2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충청 민심을 얻는데 실패하며 이완구 전 도지사의 입지가 크게 위축된 가운데 그가 어떤 해법으로 현재의 난국을 타개할 것인지 주목된다.세종시와 4대강 반대 여론에 부딪혀 이번 선거에서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든 여당 내에서 급속한 정계 개편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와중에 중앙정치 무대로의 복귀를 꾀해온 이 전 지사의 정치적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선거일이었던 지난 2일 미국으로 출국해 현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이 전 지사는 내달 1일 예정된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도전할 가능성이 있다.친박(박근혜)계로 분류되는 그는 전국적 지지기반이 다소 취약해 선출직보다 충청권 몫으로 할당된 지명직 최고위원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이 전 지사가 선거 참패에 따른 분위기 쇄신을 위해 단행될 청와대 참모진 및 내각 개편과 맞물려 입각할 수 있다는 전망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또 7·28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박상돈 전 의원의 도지사 선거 출마로 공석이 된 천안을 보선에 여당 후보로 나서 위기의 한나라당을 구하는 역할을 할 것이란 설도 나돌고 있다.하지만 이 전 지사가 박해춘 도지사 후보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는 등 선거 참패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여서 운신의 폭이 좁아질 것으로 관측된다.이 전 지사의 한 측근은 “천안을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일는 절대 없을 것”이라며 “최고위원 도전 등은 선거 이전에 흘러나온 얘기들인데 선거 결과가 워낙 좋지 않아 현재는 진로를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그는 이 전 지사가 현실정치의 수면 아래에서 시간을 두고 정국 변화를 예의 주시하며 차기 총선 출마 등 훗날을 도모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재선이 유력해 보이던 이 전 지사는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추진에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지고 지난해 12월 지사직에서 물러난 후 도민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며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 세종시 원안 사수를 염원하는 지역정서에 부응해 중앙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지방정부 수장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줬다.그러나 세종시 수정안 지지 입장을 표명한 박해춘 후보 선대위원장을 맡아 정체성 논란에 휘말렸고, 박 후보가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득표율(17.79%)로 완패해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충남을 대표할 큰 인물 경쟁구도에서 ‘충청의 새로운 대표선수론’을 들고 나와 도백(道伯)의 자리에 오른 안희정 충남지사 당선인에게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더욱이 이 전 지사의 고향인 홍성에서 한나라당 이규용 군수 후보가 선진당 김석환 후보에게, 논산에선 완사모(이완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인 한나라당 송영철 시장 후보가 민주당 황명선 후보에게 패배하며 그의 위상도 흔들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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