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주차 브리핑

‘인터넷 이슈 브리핑 - 요즘 젊은 것들’은 한 주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이슈들을 모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이슈는 무엇인지, 그들의 시각으로 바라본 세상이 펼쳐집니다.

 

<4월 3주차 브리핑>

 

정의당, 또다시 시련의 계절 – 대선 TV토론회 이후 탈당 사태 진통

- 지난해 7월 메갈 옹호 논란으로 대량 탈당 사태를 맞았던 정의당이 다시 한 번 시련의 계절을 겪고 있다. 대선 TV토론에서 노선이 비슷한 후보를 강도 높게 공격한 것에 실망한 당원들이 도미노 탈당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 지난 19일 열린 대선 후보 제2차 TV토론에서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민주당 문재인 후보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심 후보는 문 후보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문 후보의 사드에 대한 입장 선회,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한 미온적 입장, 복지공약 후퇴 등을 주요 비판 대상으로 삼았다. 특히 문 후보의 노동에 대한 철학 부재를 지적하며 김대중 정부·참여정부 10년을 노동관계법 후퇴의 주범으로 지목, TV토론을 지켜보던 진보성향 유권자들의 역린을 건드렸다. 박근혜 정권을 심판하는 이번 선거에서 왜 뜬금없이 과거 민주정부의 과오를 들추느냐는 불만이었다.

- 아니나 다를까, TV토론이 끝난 뒤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는 심 후보에 대한 분노의 태풍이 몰아쳤다. 그 첫 번째 진원지는 다른 곳도 아닌, 정의당 당원게시판. 토론이 끝난 직후 비난글 수십여 건이 한꺼번에 올라오더니 급기야 접속이 폭주, 홈페이지가 다운될 정도로 항의가 빗발쳤다. 정의당 당원만 글을 쓸 수 있는 이곳 게시판에서 아이디 자유론영혼은 “심 후보의 오늘 토론, 정말 심각합니다. 이래서는 안됩니다. 적폐부터 청산하고 정의를 세우고 민주주의를 다시 찾아야 하는게 먼저 아닌가요. 10여년 전 민주정권의 문제점을 캐고 캐서 민주당 후보 문재인에게 따지고 책임지라니요”라며 황당함을 드러냈고, 아이디 밝은세상은 “내가 이런 꼴 보려고 그동안 당비를 냈나? 탈당신고서를 시당 메일주소로 발송하였으니 처리 바랍니다”라며 탈당을 선언하기까지 했다. 실제 이곳 게시판에는 다음날까지 평소보다 훨씬 많은 200여 건의 게시글이 올라왔고, 이중 탈당계를 제출한 사람도 두 자릿수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 민주당 지지자나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의 분노는 더욱 컸다. 오늘의유머 베스트 게시판, 딴지일보 게시판, MLB파크, 웃긴대학, 루리웹 등 온라인 커뮤니티마다 심 후보에 대한 비난글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KBS에서 이번 토론 심상정 배제하려고 했는데 편들어준게 문재인캠프인데 이런식으로 등에 칼을 꽂네요. 오유에서 10억 통수친 게 엊그제 같은데, 저당은 통수가 종특인가? (식충식물)”, “심상정만이 아닙니다. 그 잘난 엘리트 진수들 종특입니다 (OmegaGo)”, “토론 태도도 문이지만 민주정부 10년 까는거 보고 마음 완전히 접었습니다. 이명박근혜 정부에서 일어난 일들은 왜 얘길 안하는건지 (?!?)”, “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오늘 딱 심상정이 그 포지션이네요 (someNany)”, “일베와 메갈은 원래 한 몸.... (쌍파리)”, “진짜 tv보다가 tv를 깨부순다는 말이 뭔지 리얼하게 느꼇습니다 (gdfeau)" 등 정제되지 않은 분노의 감정이 글을 통해 마구 쏟아졌다.

- 당원 탈당사태와 진보 지지자들의 비난이 이어지자 심 후보는 다음날까지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다가 이틀 째 되어서야 반응을 내놨다. 심 후보는 21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생태공약 발표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탈당 사태와 관련 “실제 탈당한 당원들의 규모가 평소보다 더 있다고 들었지만 입당도 하는 경우도 있다”며 “"원래 대통령 선거는 국민 대토론의 장이고, 당 안팎에서 후속토론 등 치열한 과정을 통해 당이 아주 단단해 질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TV토론을 통해 고(故)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공격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두 전직 대통령을 비판한 것이 아니라, 문 후보가 민주당 후보이기에 민주당이 집권시절에 해 왔던 것을 비판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 사실 심 후보 입장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억울할 수 있다. 한 정당을 대표하는 대선후보로서 다른 정당 후보를 편들기 위해 출마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누구도 그 것을 요구할 수 없고 요구해서도 안 된다. 엄중한 검증의 장이어야 할 대선 TV토론에서 후보끼리 편을 갈라 검증 예외를 두어서야 되겠는가?

- 하지만 우리네 세상이 그러하듯 선거판 또한 이성보다는 감성에 의해 좌우되는 경향이 크다는 게 문제다. 지난 대선에서 이정희 후보가 바른 말을 하고도 국민들의 외면을 받았던 것은 그녀의 말이 잘못되어서나 비합리적이어서가 아니다. 이를 두고 정치평론가들은 “메시지는 잊혀지고 태도만 남는다”고 말한다. 어떤 말을 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태도로 말하느냐가 유권자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 그런 점에서 볼 때 심 후보의 이번 TV토론에서의 발언은 의도치 않았겠지만 정권교체를 갈망하는 촛불 민심의 불안감을 자극했던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상대 후보들에 의해 우리 편이 난타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같은 편이라 믿었던 심 후보마저 아프게 때리더라’는 서운함과 배신감이 이번 항의와 탈당 사태로 표출된 것이다.

- 영화 ‘더 킹(The King)’의 마지막 장면. 검찰비리를 폭로하고 선거에 출마한 박태수(조인성)는 당선 여부에 대해 화면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한다. “그래서, 내가 어떻게 됐냐고? 그건 나도 모른다. 그건 당신이 선택하는 거니까. 당신이 이 나라의 왕이니까.” 제목의 ‘더 킹’이 기득권자들이 아닌, 바로 유권자를 말하는 것이었다는 짜릿한 반전의 순간이었다. 심상정 후보가 주연인 대선 극장에선 어떠한 결론이 내려질지, 왕들의 눈초리가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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