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룡 아이신나라 대표

나이가 들면 불면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젊은 시절에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면 건강한 것”이라는 어르신들의 말씀을 듣고, ‘그게 뭐 그리 대단한가’ 하고 귓등으로 흘려버리곤 했다. 그런데 그야말로 60대 중반에 이르니 무관심하게 듣던 그 말씀이 살갑게 와 닿는다. 먼저 잘 먹는다는 것이 쉽지 않다. 입에서는 당기는데 제대로 소화를 감당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젊을 때야 돌이라도 소화를 시킬 듯이 아무리 먹어도 소화를 잘해 냈지만, 이제는 많이 먹으면 소화한다는 것이 쉽지 않고 오랜 동안 부대끼는 고통을 겪어야 한다. 잠은 어떠한가. 새벽 두어 시 정도 잠을 깨면 잠을 이루지 못하고 텔레비전 채널만 돌리다가 뜬 눈으로 세우는 날이 많아진다. 또 젊었을 때는 대소변이 조절 잘 되던 것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왜 하필 새벽 두어 시 정도 됐을 때 깨야 하는지 참으로 야속하다. 의도하지 않은 대소변으로 불편함을 겪는 사람들이 참으로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나이가 들수록 건강과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된다. 아무래도 건강이 예전 같지 않아 매일 부닥치게 되는 생존의 문제이니 화두가 되는 게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밤잠을 잘 자기 위해 아내가 하는 일을 도와주고 청소도 하며 쓰레기 버리는 것도 하루에 여러 번 나눠 버리기도 하면서 시간을 최대한 활용한다며 자랑을 하는 친구도 있다. 직장생활을 할 때는 그렇게나 바쁘게 생활하던 사람들이 퇴직 후에는 의외로 남아도는 시간 때문에 절절매는 친구들을 많이 본다. 시간은 자신과 만나는 일이다. 시간이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그것을 얼마나 ‘활용하느냐 못하느냐’에 달려있다. 자신의 역량을 어떤 방향으로 길러나갈 것인가 고려해 봐야 할 때다.

퇴직을 앞두고 퇴직 후 생활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이 참으로 많았다. 자아실현을 위해 나의 취미와 자기계발을 위해 노력을 할 것인지, 아니면 100세 시대에 걸맞은 노후생활을 위해 좀 더 경제활동을 할 것인지 갈등이 많았다. 관련한 연수도 많이 받았지만 확신이 서지 않았다. 오랜 동안 문학활동을 하는 지인을 찾아갔다. 함께 직장생활을 하던 선배가 퇴직 후 서각의 대가로 신문에 소개된 것을 보고 깜짝 놀란 일이 있다. 직장생활 할 때는 술도 좋아하고 동료들과 어울려 농을 즐기며 생활하시던 분이었는데, 서각의 대가로 칭송을 받게 된 그 분의 퇴직 후 활동이 부럽다 얘기했더니 김난도 교수의 저서 ‘아프니까 청춘이다’ 중 기적은 천천히 이뤄진다는 ‘1만 시간의 법칙’을 이야기해 줬다.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 라이어’라는 책을 보면 ‘1만 시간의 법칙’이 나온단다. 비틀즈나 빌게이츠 같은 비범한 인재들, 즉 아웃 라이어(정상을 벗어난 특정한 사람을 의미)의 성취는 모두 1만 시간의 연습을 통해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타고난 천재 모차르트도 실은 1만 시간의 연습을 통해 재능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1만 시간은 하루 3시간씩 1주일에 20시간 10년을 모아야 이룰 수 있는 시간이다. 아무나 이룰 수 없는 실천하기 어려운 연습량이다. 이러한 연습량을 소화한 사람에게 어느 누가 감히 경쟁이 되겠는가. 앞서 말한 서각의 대가를 이룬 직장 선배도 마찬가지다. 미래의 달콤함을 위해 기꺼이 현재의 고통을 감수하는 행위가 뒤따라서 이룬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큰 즐거움은 성장하는 즐거움이다.

한밤중 일찍 일어나 잠을 이루지 못하고 고통을 받는 분들은 누워서 고통의 시간을 보낼 것이 아니라 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생각해 봐야 한다. 전문가에 따르면 잠 못 이루는 밤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 아니라, 차라리 일어나 활동을 하는 것이 더 좋다고 한다. 활동하다가 지치면 또 잠을 자면 될 것 아닌가. 잠 못 이루는 그대에게 자신과 만나는 ‘1만 시간의 법칙’을 권장한다. 비범한 인재가 아니면 어떠한가. 나름대로 못 다한 자신의 역량을 신장시키기 위한 시간으로 활용하면서 살갑게 사는 것이 진정 행복한 삶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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