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명성 전 둔산여고 교장

지난달 말 중국 운남성 성도인 곤명을 경유해서 서쌍판납주의 경홍비행장을 거쳐 보이차의 원산지인 포랑산과 이무산을 다녀왔다. 차에 대한 관심이 많아 같은 지역을 세 번째 다녀왔다. 가기 전에 중국여행을 한다고 하니 걱정들을 많이 했다. 

사드 문제로 국가 간의 불편함이 여행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내심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여행을 통해서 느낀 것은 기우였다. 그런 소문 때문인지 다른 때보다 한가해서 여행하기가 참 좋았다. 이번 여행에서 중국 비행기를 이용했는데 함께 간 지인은 전날 산 트렁크가 곤명 비행장에서 찾는데 얼마나 거칠게 다뤘는지 찢어질 정도로 함몰돼 있었다. 

고객에 대한 서비스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또 곤명에서 서쌍판납주의 경홍으로 가는 지방비행기를 타는데 출입국 검사에서 티켓이 이중발권이 됐다고 들어가지 못한다고 해서 발권장소로 다시 가보니 우리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다수 있었다. 조금 있다가 해결됐다고 해서 나가보니 비행기의 좌석제가 아니고 먼저 탄 사람이 앉고 싶은 곳에 앉는 시내버스 스타일이었다. 필자가 생각할 때에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버그가 발생했는데 좌석 수보다 탑승객 수가 적으니 무조건 태우고 출발하면 된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참 한심하고 편리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경홍비행장에서 서남쪽으로 두 시간 정도 차를 타고 가면 맹해현 맹혼진이라는 곳이 나온다. 여기가 해발 1100m 정도이다. 여기는 숙소가 있는 곳이지 다원이 있는 곳이 아니다. 다원은 이 곳에서 두 시간 이상을 산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해발 1300~1700m 사이에서 100년 이상된 고차수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해발이 중요한 이유는 해발이 높으면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크다. 따라서 나무들이 영양분을 빨리 저장하려는 성질 때문에 차의 성분이 풍부하게 된다. 대부분의 과일나무가 고원지대의 것이 맛있는 이유와 같다. 가는 길에 우리나라에는 개망초가 많이 피는데 이곳에는 그 와 비슷한 미나리냉이의 하얀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하계산 만농채와 포랑산의 노반장과 노만아 지역을 다니면서 고차수 다원을 돌아보았다. 고도가 높아서인지 다니기가 쉽지 않았다. 

높은 나무에 올라가 찻잎을 따는 사람들이 대단해 보였다. 이번에는 전에 가보지 못했던 이무산을 가볼 수 있는 행운이 있었다. 이무산은 몇 년 전 우리나라 모 방송국에서 방영한 적이 있는 ‘차마고도’ 출발지가 있다. 이무진에 가서 출발지 앞에 있는 마방(옛날에 말에다 차를 싫고 티벳으로 갈 때, 말과 사람이 함께 쉬었던 장소)이 지금은 보이차를 팔고 있었다. 이전의 마방시절에 말에 짐을 싣기 쉽게 했던 도구들을 전시해놓고 10년 이상 된 노차를 팔고 있었다. 맛이 깊고 부드러웠다. 차마고도의 길은 동네 끝나는 곳에 소로 길처럼 산으로 난 길이었다. 그 앞에 기념비가 서 있지 않으면 알 수가 없을 뻔했다. 보이차는 이무산에서 제일 먼저 시작했다고 한다.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쇄락에 길을 걸으며 난창강(메콩강의 상류)을 건너 남나산으로 옮겼다가 하계산으로 그리고 최종에는 포랑산으로 들어오는 과정을 겪었다고 한다. 지금 포랑산이 존재하게 된 것은 교통이 불편하고 오지였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포랑산맥의 우측을 넘으면 미얀마이고 좌측을 넘으면 라오스의 접경지역이다. 그러니까 오지 중의 오지이다. 삼국지에 나오는 남만의 맨 끝인 셈이다.

삼사월에 운남성 포랑산으로 차 여행을 가는 것은 새싹에서 순과 두 개의 어린잎을 일아이엽이라고 하는데 이것으로 차를 만든다. 이때 그 차나무가 적어도 100년 이상 된 나무를 고차수라고 한다. 이런 해발 높은 곳의 고차수에서 딴 일아이엽으로 만든 차가 폴리페놀, 카테킨 그리고 아미노산이 풍부하게 내포돼 있다. 그 차 맛은 처음에는 쓴 맛과 떫은 맛이 나고 뒤로 가면서 단 맛이 난다. 이를 고삽미(苦澁味)가 있다고 한다. 이런 고차수에서 딴 찻잎으로 만든 좋은 차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차 여행에서 이런 고차수로 만든 좋은 차를 마신다는 것은 또 다른 삶의 활력소가 되는 것이다. 함께 간 지인들도 모두 좋아서 오래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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