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구 미래건설연구원장(공학박사)

전국은 꽃 축제 무드로 가득하지만 주차장이 돼버린 도로를 마주한 상춘객의 마음은 희망에서 짜증으로 바뀌어버린다. 산업화 시절 주거가구의 패러다임이었던 가구당 1대 자동차 보유는 아주 먼 옛날이야기가 돼버렸다. 우리나라 자동차수는 작년 말 기준으로 2180만 대를 넘어 국민 2.5인당 1대의 자동차 보유국이 됐다. 대전만해도 65만 대를 넘어 매년 1만 4000대씩 증가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거론되고 스마트폰 없이는 반나절도 견디기 어려운 시대가 됐지만 도시 주차문제는 여전히 산업화시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 주차 인프라의 양적 확충이 이뤄지고 있으나 지속적인 자동차 증가와 이에 수반되는 환경오염 및 물류비용을 해결하기 위한 보다 미래 지향적 접근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대전시는 도로교통의 흐름을 방해하는 주적인 불법 노상 주차에 대해 인식을 하고 있지만 단속 위주의 행정에 머물고 있고 경제 활성화를 위한 시간대 주차허용과 전통시장 주차장 확대 등 양적 확대에 우선하고 있는 것 같다. 단속이라는 물리적 통제 수단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주차시설 확대에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고도 효율성이 떨어지는 주차정책에 대한 제고가 필요하다고 본다.

최근 대전시는 전통시장 활성화 방안으로 송촌시장 지상주차장에 사업비 일부를 중기청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193대 자동차를 수용하기 위해 총 사업비 80억 원(보상비 제외)에 지하 3층∼지상 1층의 자주식 주차장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주차 1대당 최하 4200만 원(보상비 미포함)이 소요 된다. 야간 이용자가 많은데 지하 3층까지 내려가서 이용해야 한다. 이용률이 저조할 경우 우범화는 물론 유지관리 등의 문제로 도시 지하흉물로 전락할 우려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비근한 예로 제천시 내토시장에서도 자주식 주차타워 3층·192면을 70억 원을 들여 설치하기 위해 중기청으로부터 지원 승인을 받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의회가 예산을 부결시켜 사업이 무산된 경우가 있다. 또 전국에 기계식 주차장에서 안전사고가 빈번히 발생해 2010∼2016년까지 모두 38건의 사고가 발생, 20여 명이 사망했다. 대전에서도 최근 2명이 사망했다. 이는 주차장 관리에 대한 안전수칙 미흡도 원인이지만 주차장 건설에 대한 확실한 지침이 없기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일 것이다.

전통시장을 살리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주차장을 많이 확보하는 것에는 누구나 공감한다. 그러나 자치구마다 주택밀집지역 등 공영주차장을 만들기 위해 비싼 토지를 매입해서 불과 40~50대를 수용(1면당 8000만∼9000만 원)하는 것이 현명한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그러면 도시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할 대안은 없는지 보다 적극적인 관점에서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 고정관념을 벗어 던지고 4차 산업혁명시대의 패러다임에 맞는 새로운 접근법과 신기술의 도입이 요청된다. 우선 공유주차제도에 대한 적극적 검토가 필요하다. 이미 활용되고 있는 공공부지 또는 자투리땅을 활용해 공영주차장을 확대하는 것이다. 학교 운동장과 공공기관의 유휴 주차장 부지를 인접 주민이 함께 활용할 수 있는 공유주차제도는 가장 저비용으로 주차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다.

도로상의 노면주차장 활용에 있어 사물인터넷 IoT 기반의 파킹 시스템 구축으로 기존 노면주차장 정보를 이용자가 쉽게 찾아 주차할 수 있는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 통행 패턴을 파악해 밀집지역에 편도통행 확대와 이용자가 적은 보도는 보행자 겸용 주차구획을 설치하는 등 유연성 있게 운영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기계식과 자주식 주차장의 단점을 보완한 저비용 고효율의 신개념 복합커뮤니티 주차타워방식 도입이다. 적은 면적에서 최소 비용으로 다수의 주차가 가능하고 토지공간을 지역 주민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신개념의 주차타워 방식을 공공에서 선도적으로 도입해야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눈앞에 와있는 지금, 지역경제 활성화와 교통복지 측면에서 도시 주차행정의 일대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독립시설로서의 개념을 털어버리고 누구나 공유할 수 있도록 주차장 문화를 바꾸는 데 공공이 먼저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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