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대전에서 여성노숙인이 무참하게 살해돼 대전 중구의 한 공터에서 여행용 가방에 담겨진 채 발견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다행히 3일 뒤인 24일에 대전 중부경찰서는 노숙인 여성과 함께 술을 마시다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살인과 사체 유기)로 이 모(48)씨를 구속했다고 발표했다. 이 사건을 보도한 25일자 금강일보의 기사에 따르면 내용은 다음과 같다.

‘여행가방 속 시신’ 사건은 노숙인과 어울리던 40대 남성이 노숙인 여성을 대상으로 저지른 범행으로 드러나 씁쓸함을 더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정한 주거 없이 위험에 노출된 여성 노숙인에 대해 안전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4일 대전 중구의 한 공터에서는 살인과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된 이 모 씨의 범행에 대한 현장검증이 진행됐다. 모자를 눌러 쓴 이 씨는 공터에 여행가방을 버리는 장면을 재연했다. 이 씨는 앞선 경찰조사에서 “우연히 만난 여성을 집으로 데리고 왔다”고 말했다. 피해자는 노숙인 여성 B 씨였다. 평소 대전역 주변을 배회하며 술을 즐겨 마시고 노숙생활을 하던 B 씨는 이 씨의 호의를 믿고 함께 동행했지만 참변을 당하고 숨진 지 15일 만에 발견됐다.’

그러나 충격적인 사건임에도 관련 내용에 대한 자세한 보도는 쉬이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의 기사가 간략한 내용만을 다뤘다. 사건 발생 8시간 만에 범인을 잡았고, 범행동기도 밝혀졌으니 크게 쟁점이 될 만한 내용이 없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에 대한 논평도, 사설도 찾아보기 힘들다.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우리사회가 어떻게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거의 없다. 다행히 몇몇 지역신문에서 다룬 여성노숙인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기사 내용이 전부다. 단지 한 여성노숙인이 한 남성에 의해 살해당한 많은 범죄사건 중의 하나가 되어 묻혀 버렸다.

우리사회가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많은 부분에서 소위 안전기준을 강화했다. 그렇지만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왜,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안전한 대한민국을 외쳤고, 정부도 각종 안전기준들을 강화하면서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음에도 안전한 대한민국은 되지 못하는 것일까? 어쩌면 안전한 사회를 향한 출발이 잘못되었기 때문은 아닐까?

치안이 잘 유지되어 흉악범죄가 줄어들고, 건축물들의 안전기준을 강화하여 웬만한 지진에도 끄떡없는 건물을 짓고, 노후 된 여객선이나 항공기 등의 수명을 연장해 주지 않고, 소방기준이나 전기안전기준을 강화하면 안전한 사회가 되는 것일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언제 해고될지 불안해하고,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불안해하고, 자영업자들은 언제 월세를 올려달라고 할지 불안해하고, 독거노인들은 외로움에 불안해하고, 가난한 사람들이 아파도 병원비가 걱정되어 병을 키워가고, 재건축지역 세입자들이 갈 곳이 없어 전전긍긍하며 언제 쫓겨날지 불안해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노숙인들이 다른 이들의 시선을 불안해하며 살아간다면 그 사회는 절대로 안전한 사회가 아니다.

끔찍하게 살해당한 여성노숙인 A 씨에게 안전한 사회는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잠자리가 마련되고, 마음 놓고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있고, 인간다운 품위를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경제적 여건이 마련되는 것이다. 아무리 건물이 튼튼해도 그 안에서 사는 사람이 불안해하면 안전한 사회가 아닌 것이다. 그러므로 가난한 사람들이 안전하게 살아가는 길은 소방기준을 강화하고, 건축물의 안전기준을 강화하는 것 이전에 그들이 맘 편히 살 수 있는 사회 안전망이 우선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이번 대통령 후보들은 가난한 사람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위해,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민생, 복지, 교육, 노동정책들을 확실하게 제시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국민들도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한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정책을 외면한 채 색깔론을 앞세워 안보불안을 조장하여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는 후보들을 투표를 통해 제대로 검증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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