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된 대리점간 고객유치 경쟁에…약정·제휴카드 등 통신사 요금 할인

거리에 나서면 휴대전화 대리점에서 ‘반값할인’, ‘출시기념 폭탄할인’, ‘단통법 할부원금 싸게 사는 법’과 같은 홍보문구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대전 중구의 한 휴대전화 매매단지를 점검한 결과 7곳 중 5곳의 대리점에서 휴대전화 기기 할인으로 오인하게 하는 상술로 고객을 유인하고 있었다.

A 대리점 경우, 갤럭시 S8을 보고 싶다고 하자 계산기를 두들겨 출고가 93만 5000원인 이 휴대전화의 가격을 34만 원대로 제시했다. 이후 점원은 요금약정할인제와 제휴카드사 가입을 유도하며 갤S8 출고가(98만 5000원)에서 총 약정할인금액(28만 8000원)과 총 제휴카드 지급금액(36만 원)을 제외시켰다. 이럴 경우 33만 7000원이란 금액이 도출된다. 그러나 이 같은 계산법은 엄밀히 말하면 기기 할인이 아니다. 요금약정할인제와 제휴카드할인은 매월 납입되는 요금을 깎아 주는 것이지 휴대전화 가격 지원이 아니라는 얘기다.

단말기유통법(이하 단통법) 제7조 2항을 보면 이동통신사업자, 대리점 또는 판매점은 이용약관에 따라 서비스 약정 시 적용되는 요금할인금액을 지원금으로 설명하거나 표시·광고해 이용자로 하여금 이동통신단말장치 구입비용을 오인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일부 대리점이 통신사 할인을 기기 할인으로 오인하도록 상술을 부리는 건 2014년 10월 시행된 단통법의 영향과 맞물려 있다. 한 대리점 관계자는 “단통법이 시행되면서 휴대전화 보조금 지급에 제한이 생기고 고객들이 더 이상 싼값에 휴대전화 기기를 살 수 없게 됐다”며 “이로 인해 고객유치를 위한 대리점간 경쟁이 과열됐고 휴대전화 판매를 위한 꼼수가 속속들이 생겨났다”며 귀띔했다.

문제는 이 같은 상술이 소비자에게 오인을 불러일으켜 불필요하게 새 휴대전화를 구매하고 신용카드를 추가로 발급받게 하는 일이 발생한다는 거다. 이는 소비자의 납입금 부담으로 이어진다. 직장인 박현수(가명) 씨는 “할부금이 제법 남아있었지만 새 스마트폰을 헐값에 살 수 있다는 말에 덜컥 구입했다. 몇 주 뒤 요금청구서를 보고 휴대전화 가격 지원이 아닌 요금 감액이란 걸 깨닫게 됐다”며 “이전 할부에 새 휴대전화 할부까지 더해져 매월 15만 원이 넘는 금액을 납부해야 하지만 나의 과오라고 생각돼 따지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어려운 통신용어와 일부 대리점의 상술로 소비자가 휴대전화 구매정보에 대한 이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비자의 알권리를 저해하는 상술에 대해 정부의 강력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비자가 대리점 방문할 때 공시지원금과 요금약정할인제와 같은 통신용어의 의미를 알고가면 이 같은 상술에 대한 피해를 예방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소비자에게 요금약정할인제의 약정기간 선택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알리지 않고 24개월 가입을 유도하는 꼼수도 존재했다. 요금약정할인의 기간은 최소 1년에서 2년까지 소비자의 자유로운 선택이 가능하지만 약정기간이 길더라도 할인 혜택은 별반 다를 게 없고 중도 해지 시 오히려 더 큰 위약금을 물 수 있다.

정재인 기자 jji@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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