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월근 아름다운세상 이사장

‘무항산(無恒産) 무항심(無恒心)’이란 말은 일정한 직업과 소득이 없으면, 즉 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바른 마음을 견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 말은 맹자(孟子)가 만년에 고향 추(鄒)에 돌아와 말년(B.C 390~305)에 소국(小國) 등문공(滕文公)으로부터 고문으로 초빙된 후 나라를 다스리는 요체를 묻는 물음에 이처럼 답변한 데서 비롯됐다.

“백성의 일은 늦출 수 없는 것들이니, 시경(詩經)에 ‘낮에 너 가서 띠를 하고, 저녁에 새끼를 꼬고, 빨리 지붕을 이어라. 그렇게 하고 나서 비로소 온갖 곡식을 뿌려라’라고 하였습니다. 백성들이 사는 방도는 일정한 생업이 있으면 일정한 마음이 있고, 일정한 생업이 없으면 일정한 마음이 없습니다. 진실로 일정한 마음이 없으면 방탕, 편벽, 사악, 사치 등 못하는 짓이 없습니다. 죄에 빠진 다음에 따라가서 형벌을 가한다면 이것은 백성을 속이는 것이니, 어찌 어진사람이 위에 있으면서 백성을 속일 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어진 임금은 반드시 공손하고 겸손하며 아랫사람에게 예로 대하며 백성에게 취하는 것은 절제가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서울역 앞 노숙자 중에는 과거에 제법 큰 사업체를 경영했던 사람이 상당히 많다고 한다. 사업이 계속 잘 되었다면 지극히 정상적으로 살고 있을 텐데, 사업이 망해 ‘항산(恒産)’이 없어지니 ‘항심(恒心)’을 잃게 돼 저 모양이 된 것이다. 그걸 보면 정신이 물질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물질이 정신을 지배하며, 정신은 물질의 기초 위에서 비로소 생명을 얻는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맹자는 백성을 위하는 왕도정치(王道政治)의 핵심사상으로 ‘성선설(性善說)’과 ‘무항산 무항심’을 근간으로 삼았다. 다시 말하면 나라를 다스리는데 있어 무엇보다 백성들의 경제생활을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일정한 생업을 보장해 줘야만 안정된 마음도 잡아둘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을 도덕적으로 살게 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인간다운 삶을 살게 하는 경제적 기반부터 닦아야 함을 강조한 현실주의라 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맹자는 자유민주주의 경제논리도 만들었다. 즉 사람들은 각자 자기가 맡은 직능의 전문화가 더 효과적이며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분업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백성이 각자의 재능과 그 환경 속에서 열심히 일하며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줄 수 있는 사회가 진정 행복한 세상이다. 이미 2300년 전 왕도정치에 대한 국정 운영의 지표를 밝혔으니, 이번 선거로 탄생하는 새 대통령에게 바치고 싶은 간절함이다.

지금 우리 역사에서도 보기 드문 대통령의 파면으로, 다급하게 치러지는 선거일이 코앞으로 닥쳤다. 13명의 후보가 난립하는 가운데 아직도 그 못된 흑색선전과 허황된 공약(空約)이 남발하는 선거판에 국민은 너무도 혼란스럽기만 하다.

남북이 일촉즉발의 위기에 처해있고, 미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가 한반도를 에워싸고 온갖 수작과 음모의 각축을 벌이는 상황인 데도 우리 국민들은 불감증이 팽배해 오히려 평온한 것 같다.

아무튼 안보와 더불어 무항산 무항심에 기반한 왕도정치의 참뜻에 오늘의 위정자들이 눈을 크게 떠야 한다. 내 편 만을 챙기는 옹졸한 정치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탕평과 협치의 정신으로 오로지 백성만을 위한 정치를 주창한 맹자의 정치철학을 되새겨 봐야 한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