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헌정사 최초의 조기 대선인 5·9 장미대선이 드디어 ‘D-데이’를 맞았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며 정상 일정보다 7개월여 앞당겨 성사된 19대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지난해 12월 9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직후부터 5개월간 권력 공백기에 처했던 대한민국의 새로운 지도자를 선출해 국정의 안정을 되찾고 당면한 안보 위기, 경제 위기를 헤쳐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책 경쟁보다는 네거티브와 막말, 가짜뉴스와 비방이 판치는 선거판에서 유권자들의 혜안과 현명한 선택이 요구된다. “눈을 씻고 봐도 찍을 후보가 없다”, “나 하나쯤 투표하고 안 하고가 뭐 중요한가, 세상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라고 푸념하며 소중한 주권을 포기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자세다. “정치꾼들끼리 싸우라고 해라, 난 모르겠다”, “다 도둑놈들인데 뭐하러 찍어줘”라며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감으로 주권 행사를 외면하는 것도 이 땅의 정치 발전을 더욱 요원하게 만들어 불행을 자초하는 처사다.

19대 대선은 ‘주권자들의 힘으로 만들어낸 선거’로, 불의를 물리치고 정의 실현을 앞당기기 위해선 주권자들의 힘이 반드시 투표 행위로 이어져야 한다. 정책선거는 유권자들이 정책에 대해 관심과 이해를 갖고 투표에 적극 활용할 때 실현 가능하다. 나라를 바로 세우는 것은 결국 국민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경실련은 8일 ‘투표로 정의가 시작되는 5월’이란 제하의 성명을 발표, “19대 대선은 ‘적폐청산’이란 시대적 과제를 안고 시작된 선거였던 만큼 그 엄중함이 역대 어느 선거보다 크다. 시민들은 국정농단을 가능하게 한 부패한 정치권력에 대한 개혁은 물론 소득 불평등 해소와 일자리 창출, 복지국가와 평화로운 한반도 등 행복하고 인간다운 삶을 염원하고 있다”라며 “60일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치러졌지만 선거에 대한 관심과 참여 열기는 어느 때보다 뜨겁다. 지난 4·5일 진행된 사전투표 참여율이 26.06%를 넘어 역대 최고 사전투표율을 기록한 것은 국정농단으로 촉발된 온갖 부조리와 불의를 혁파하고자 하는 열망의 표출”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선은 후보 간 합종연횡 없이 대부분의 후보가 대선 레이스를 완주해 유권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다. 유권자들도 자신이 원하는 대통령을 뽑겠다는 열망이 강하다. 하지만 후보들의 정책과 공약은 제대로 제시되지 않아 ‘깜깜이 선거’의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 국가 현안 관련 정책과 공약을 통한 경쟁은 찾기 어렵다. 정책에 대한 심도있는 토론보다 가짜뉴스, 네거티브, 신상털기 등이 난무하고 있다. 시민들은 일자리, 양극화, 가계부채, 전월세 등으로 시름하고 있지만 후보들은 제대로 된 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유권자들은 앞으로 5년간 국정을 운영할 대통령을 뽑기 위한 한 표를 반드시 행사해야 한다. 각 후보자들이 내세운 정책과 공약을 꼼꼼히 살펴보고, 국가 발전의 비전과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후보를 선택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제대로 선택하지 못하면 우리 사회의 부조리와 불의를 혁파할 수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이미 뼈저리게 경험했다. 지금이라도 후보들의 정책을 냉철하고 합리적으로 따져 최선이 없다면 차선을, 차선이 없다면 차차선을 선택해서라도 이 나라가 조금이라도 변화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라며 유권자들에게 투표 참여를 호소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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