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대통합 열쇠는

 

‘진보 대통령도 아니고, 보수 대통령도 아닙니다. 우리 모두의 대통령입니다!’

5·9 장미대선을 통해 출범한 새 정부에겐 출발점에서부터 무거운 과제가 놓여있다. 불신과 갈등, 이념 대립으로 쪼개진 국론을 하나로 모아 선거 과정에서의 극심한 후유증을 치유하고 국민을 대통합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지상과제가 바로 그것이다. 직면한 안보 위기, 경제 위기도 갈기갈기 찢긴 상처를 봉합할 때 극복이 가능하다. ‘내 편, 네 편’을 가르는 극단적인 흑백논리,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라는 막무가내식의 배타주의에서 벗어나 넉넉한 품으로 대한민국을 포용할 때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새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는 사분오열된 대한민국을 치유하고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다. 통합의 열쇠는 별도의 인수기간 없이 10일 곧바로 임기에 돌입하는 대통령의 손에 쥐어있다.

‘연습’ 없이 바로 ‘실전’에 뛰어들어야 할 새 대통령은 엄중하고 냉혹한 현실과 맞닥뜨리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할 순간도 없이 안보·경제 위기 등 산적한 국정과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19대 대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에 따라 대한민국 헌정사상 처음으로 정상 일정보다 7개월여 앞당겨 치러진 보궐선거로, 신임 대통령은 대선 공약을 검증·보완하고, 내각과 청와대의 밑그림을 그릴 시간조차 갖지 못한 채 대한민국호의 선장으로서 국정의 방향키를 잡아야 한다.

지난해 12월 9일 국회에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고 5개월간의 권력 공백을 마무리하며 탄생한 새 정부는 여소야대(與小野大)라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어 어떤 형태로든 협치가 불가피하다. 야당에 먼저 손을 내밀지 않고는 국정을 원활하게 운영하기 어렵다.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야당도 1년 앞으로 다가온 민선 7기 지방선거 등을 의식해 여당의 발목을 잡고자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는 등 비협조적인 자세로 일관해선 안 된다. 국정의 파트너로서 통합정부를 이루는 데 공동책임의식을 갖고 정치 활동에 임해야 한다.

국민대통합을 위해 새 대통령은 낮은 자세로 모두를 끌어안으려는 포용력과 자상함을 가져야 한다. 구두선(口頭禪)으로 그치는 통합·협치가 아니라 진정으로 협치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야당도 통합과 상생의 정치문화를 이루는데 협력해야 한다.

새 대통령은 당선 직후 국무총리와 장관 후보자들을 지명해 국회 인준 절차에 들어가야 하는 만큼 국회 임명 동의 절차가 늦어지면 전 정부의 총리·장관과 함께하는 비정상적인 동거정부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고, 그런 환경에선 제대로 국정 철학을 펼치기 어려우므로, 정파 간 힘겨루기 등 새 정부의 정상적인 기능을 가로막는 구태 정치는 지양돼야 한다.

지난해 차디찬 겨울,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분노한 국민들이 전국 곳곳에서 광장으로 쏟아져 나와 촛불을 들면서 대한민국은 가히 혁명에 준하는 대격변을 겪었고, 촛불 민심에 대응해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태극기 세력이 등장하며 국론도 여러 갈래로 나뉘었다. 촛불과 태극기 집회로 우리 사회가 몸살을 앓으며 사회 곳곳에서 젊은층과 노년층이 세대 갈등을 일으켰다. 인터넷·모바일 공간은 건전한 공론장이 아닌 특정 후보를 열정적으로 지지하는 ‘~빠’들의 각축장으로 전락했다.

대한민국 헌정사 최초의 조기 대선이 대단원의 막을 내린 만큼 정치권뿐 아니라 유권자들도 결과에 승복하고, 선거기간 반대편에 섰던 국민들을 적대시해선 안 된다. 이념과 지역, 세대 등으로 갈려 우리 편이 아닌 이들에게 노골적인 증오감을 표출하는 행동은 민주주의 발전을 저해하는 걸림돌일 뿐임을 명심하고, 따뜻한 희망의 5월을 맞아 힘차게 도약해야 한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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