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무늬만 지방자치, 속빈 강정과 같은 지방자치를 지속할 것인가?”

19대 대통령은 자율과 책임에 기반한 진정한 지방분권시대를 열어가야 할 과제도 떠안고 있다. 이를 위해선 국가사무의 대폭 이양과 입법권·재정권 등 지방권한 확대가 실현돼야 한다.

온 나라를 뒤흔든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제왕적 대통령제와 과도한 권력 집중으로 인한 대한민국 정치 구조의 폐해를 국민들에게 여실히 각인시켰다. 인사와 조직, 재정에 관한 권한이 대통령과 중앙권력에 몰려있는 구조의 취약성이 극단적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자원의 배분을 중앙정부가 위로부터 결정하는 모델은 근대화 발전 시대에는 그 효용성이 입증됐지만, 이제는 아래로부터의 자율성과 창의성이 지속가능한 발전의 동력이 되는 시대로 변화했다.

이에 따라 제왕적 대통령제가 초래한 최악의 참사인 대통령 탄핵·구속 사태를 딛고 출발하는 새 정부는 일방적인 중앙권력의 지배를 벗어나 분권을 바탕으로 하는 진정한 지방자치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는 것이다.

자치권과 함께 지방재정의 역량을 강화하는 노력도 뒷받침돼야 한다. 중앙정부 재원을 지방정부로 이전할 수 있도록 현재 8대 2인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6대 4로 조정하고, 부가가치세의 11%인 지방소비세를 장기적으로 20% 수준까지 확대해야 주장은 줄곧 제기돼 왔다. 또 사회복지 분야에서 지방자치단체의 과도한 재정 부담을 촉발하는 현행 분권교부세를 개편하고, 지방교부세 비율도 현행 19.24%에서 1%포인트 이상 인상해야 한다는 요구도 대두되고 있다.

대선 정국에 주요 화두 중 하나였던 ‘세종시의 행정수도 완성’은 지방분권과 직결된 중대 이슈다.

세종지역 21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행정수도 완성 세종시민 대책위원회’는 세종시 행정수도 명문화, 국회·청와대·미래창조과학부·행정자치부의 세종시 이전 등을 염원하며 1만 526명의 서명을 받아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의 실현을 촉구했다.

대책위는 ‘세종=행정수도’ 도식 공식화가 국가 운영의 비효율 문제를 해결하고 풀뿌리 지방자치를 실현하는 열쇠로 보고 있다. ‘행정수도 개헌’에 대해서는 국민 의견 수렴을 전제로 내년 지방선거 때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진 만큼 새 정부의 행정수도 완성 의지가 얼마만큼 진정성을 갖고 있냐가 중요하다.

대책위는 ‘행정수도 완성 충청권 대책위’를 결성해 지역 공조를 강화하는 한편 자치분권전국연대와 손을 잡고 전국적으로 ‘국가균형발전’의 대의를 이뤄내겠다는 여론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21세기형 선진국 발전 모델에는 지방분권 정착이 필수요건으로 꼽힌다. 지방분권으로 지방자치가 활기를 띠고, 주민 참여가 활발하며, 지속가능한 지역발전과 균형발전의 공동체를 지향하는 나라가 바로 선진국에 진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과도한 중앙집권적 구조가 지방의 자생력을 잃게 하고 국가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 따라서 새 정부는 지방자치와 지역발전을 국정 운영의 중심 패러다임으로 삼아야 한다. 국가 발전의 역동성과 다양성을 위해선 지방이 주도하고 중앙이 지원하는 진정한 의미의 지방분권이 실현돼야 하므로, 새 정부와 국회가 지방분권형 개헌과 법률 제·개정으로 국가 백년대계의 기초를 세워야 한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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