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주인인 시대, 백성이 주인인 시대, 모두 함께 더불어 잘 살아가는 시대, 미래를 이끌어 가야 할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됐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병폐로 인한 정치 제도의 변화를 선언하고 국민을 섬기고 국민과 함께 국정을 운영해 국민으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새 시대를 여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다. 제왕적 대통령제가 국민이 주인인 시대로의 변화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모든 국민이 함께 노력하고 변화에 협조해 좋은 열매가 맺어져야 한다.

개성과 서울이 제왕과 중앙집권적 대통령의 시대라면 계룡산시대인 계룡과 대전, 세종, 공주, 논산은 국민이 주인인 시대 적합한 지세다. 국민보다 높은 권력은 이제 모두 국민 아래로 내려놓아야 하며 이를 통해 진정한 민주주의와 백성이 주인인 계룡산시대가 완성될 수 있도록 새 정부와 국민이 함께 한 걸음씩 더 나아가기를 기원한다.

우리 민족은 왜 수많은 산 가운데 유독 계룡산의 중요성을 강조했을까? 흔히 학문에 조예가 깊고 자연의 이치와 인간사의 변화를 예지할 수 있는 혜안을 가진 분을 도인(道人) 혹은 도사(道士)라고 한다. 흰 도포 자락을 입고 풍채와 외모는 호탕하게 생기고 머리카락은 희고 길게 늘어 떨어져 바람에 휘날리고 장대 지팡이를 짚으면서 먼 산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도사님을 상상할 수 있다. 우리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에서 대간을 따라 내려오면 금강산, 설악산, 오대산, 태백산, 소백산, 속리산, 덕유산, 지리산 등 유명한 산들이 많지만 계룡산에서 도를 닦은 계룡산 도사를 엄지로 꼽는다. 심지어 시장에서 영험을 앞세우는 약 장사나, 뱀 장사, 각설이까지도 계룡산이 최고라고 하며 장터를 떠돌기 전에 계룡산에서 한 때에는 도를 닦았다고 해학과 넉살을 떨기도 한다.

계룡산 도사의 근원을 알아보자. 풍수상 계룡산은 개성의 송악산과 한양의 북한산과 함께 시대를 이끌어 갈 3대 명산에 속한지만 계룡산만큼은 다른 방향으로 바라봤다. 송악산과 북한산은 산세가 위에서 아래로 권력이 내려오는 형세로 위인 제왕을 중심으로 명을 내리면 아래인 백성들은 복종하는 상명하복의 형태를 갖추게 된다. 하지만 계룡산의 지세는 권력이 아래에서 위로 올라오게 돼 백성이 주인인 형세를 갖추고 있다. 따라서 왕조의 시대인 고려와 조선에서는 계룡산과 금강을 반궁수(물의 방향이 북쪽을 향해 화살을 쏘는 형세)의 지세로 비하했고 고려 시대는 훈요 10조 가운데에 차령산맥과 금강 남쪽 지역은 인재를 등요하지 못하도록 했다. 왕의 권력에 대한 백성의 도전으로 인식했던 것이다. 왕의 권력에 밀착한 세도가는 왕실이 위치한 송악산과 북한산 주위에 안착하지만 언젠가는 새로운 시대를 꿈꾸는 혜안을 지닌 선구자들은 하나씩 둘씩 계룡산으로 모여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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