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갑 중구청장

성년이 되심을 축하드립니다.

계절의 여왕으로 일컬어지는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버이날을 비롯해 어린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과 성년의 날이 있어 가족의 정을 나누기에 부족함이 없는 달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오늘 성년의 날에 대해 몇 가지 얘기해보고자 한다. 성년의 날은 만 19세가 된 젊은이들에게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짊어질 성인으로서 자부심과 책임을 일깨워주고 성년이 되었음을 축하 격려하는 날로서 1973년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4월 20일을 성년의 날로 정했다가 1975년 5월 6일로 변경한 뒤 1985년부터 5월 셋째 월요일로 정해 기념일 행사를 열고 있다.

성년식을 행하는 데 있어 아프리카 문화권만큼 뚜렷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곳은 없을 것이다. 아프리카에서는 육체적 고통을 요구하거나 시험을 통해 성인으로 인정하는 풍습이 곳곳에 남아 있다. 하마르 족의 경우 성년식을 못 치른 소년을 '아직 사람이 아니다' 라는 뜻으로 '우클리(당나귀)' 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 종족은 성년식은 '소 등 뛰어넘기' 인데, 발가벗은 몸으로 소 등을 네 번 뛰어오른다. 무사히 통과하면 축하를 받지만 만일 소 등에서 떨어지면 평생 놀림감이 되거나 여자들로부터 채찍질을 받는다. 그런가 하면 남태평양의 여러 섬에서는 '미혼자 가옥' 이라는 공공건물을 지어 2~3년간 합숙생활을 시킨다. 남자들만 모인 외딴 곳에서 젊은이들은 정신적인 인내와 함께 육체적 단련을 받고 난 후 성인의 모습으로 부족 사회로 돌아온다고 한다.

아프리카가 21세기에 들어와서도 여전히 몇 백 년 이상 된 성년식 풍습을 유지하는 이유는 원시수렵과 채취문화가 남아있기도 하지만 거주지 밖에 존재하는 위험한 야생에서 자신과 가족, 나아가 부족을 지키기 위해 남녀 모두 정신과 육체가 강해지지 않으면 살아 남을 수 없는 환경적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성년식은 상대적으로 문명이 덜 발달한 아프리카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이스라엘은 성경을 전달하며 성인식을 치르고 일본은 전통의상인 기모노를 입고 기념사진을 찍기도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려시대 이전부터 성년례(成年禮)가 발달해 어린이가 어른이 되면, 남자는 갓을 쓰고, 여자는 쪽을 찌는 관례(冠禮) 의식을 통해 공식적으로 어른이 되었음을 알렸다. 관혼상제(冠婚喪祭)의 첫째 관문인 ‘관’이 바로 이와 같은 성년식을 말하는 것이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만 20세가 되면, 지역이나 마을 단위로 어른들을 모셔 놓고 성년이 되었음을 축하하는 전통 의례를 치르는 곳이 많았으나, 사회의 변화로 인해 최근에는 전통 성년례의 모습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이렇듯 각 나라와 민족이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성년식을 치르는 이유는 바로 사회구성원으로 인정한다는 의미와 함께 사회구성원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라는 뜻이 담겨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 중구는 지난 13일 뿌리공원에서 성년을 맞은 청년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년식 행사를 치렀다. 얼마 전까지만 해고 젊은이들은 스스로를 3포세대로 부른다고 한다. 이 말은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고 산다는 의미인데 최근에는 3포라는 말에 대인관계와 내집 갖기를 포기하고 산다는 의미로 5포세대라는 안타까운 신조어까지 생겼다고 한다. 하지만 필자는 행사에 참석한 새내기 성인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희망을 보았다.

이제 더 이상 우리의 젊은이들이 희망을 잃어버린 채 좌절과 실망 속에서 살아가게 해서는 안 된다. 우리 기성세대가 먼저 반성하고 이들이 대한민국의 성인으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희망의 세상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어른이 된다는 의미는 참으로 소중한 의미이다.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짊어질 성인으로서 자부심과 책임의식을 가지고 드높은 이상과 목표를 향해 도전해서 이웃과 사회에 꼭 필요한 인재가 되기를 오늘 성인이 되는 대한민국의 모든 청년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끝으로 20대의 시작을 기념하는 성년의 날을 맞은 새내기 성년들에게 인생의 진정한 주인공으로 더 큰 세상을 꿈꾸길 바라며 다시 한번 성년이 된 것을 축하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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