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직장인 오인영(29) 씨는 5월엔 쇼핑이나 외식을 최대한 줄이기로 마음먹었다. 이달 초 있었던 어버이날에 부모님께 각 20만 원씩 용돈을 드렸고 이에 앞서 황금연휴에 친구들과 여행을 다녀오느라 예정에 없던 수 십 만 원을 지출했기 때문이다. 이번 주에 가야하는 지인 결혼식까지 그는 이달에만 경조사비로 100만 원 가까이 지출했다.

#. 결혼 5년차인 강 모 씨는 이달 카드값이 월급을 훌쩍 넘어버렸다. 생활비로 쓰는 돈이 모두 경조사비로 나가버려 카드로 생활을 하고 있어서다. 그는 “앞으로 한두 달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살아야 할 것 같다”며 “어버이날에만 양가 어른들께 용돈을 드리고 저녁식사까지 적잖은 돈이 나간데다 결혼식도 두 건이나 있어서 경제적으로 엄청 힘든 달이다”라고 토로했다.

황금연휴에 이어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등 각종 기념일이 몰려 있는 5월 가정의달, 직장인의 ‘지갑 기근’ 현상이 도드라지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5월엔 결혼 마저도 늘어서 있는 등 지갑을 열어야 할 일이 첩첩산중이다. 아직 이 달의 절반이 남았는데 많은 직장인이 벌써부터 주머니를 쥐어짜고 있다. 월급쟁이 직장인과 서민들에게 지출이 많은 5월은 ‘허리가 휘는 달’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지경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최근 직장인 1387명과 구직자 699명을 대상으로 5월 예상 지출 비용을 조사한 결과 각종 기념일 지출 비용은 평균 51만 6000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서 나타난 39만 2000원보다 30% 이상 늘었다. 기념일이 부담스러운 이유로는 ‘선물과 용돈 등 경제적 지출이 커서’라는 답변이 60%에 달했다. 지출 비중이 가장 큰 기념일은 어버이날로 선물과 식사 등 평균 예상 지출비용이 27만 2000원에 달했다. 또 어린이날 평균 지출비용은 11만 6000원, 스승의 날 5만 원, 부부(성년)의 날은 7만 8000원으로 조사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고는 하지만 직장인들에겐 스트레스가 많은 달이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최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어버이날 선물비용 등으로 경제적 부담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2015년 51.4%에서 지난해 57%, 올해 58.7%로 상승했다. 어린이날과 스승의날에도 각각 34%, 34.2%가 경제적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답했다. 지속된 경기불황으로 소득은 정체돼 왔는데 기념일은 그대로라 부담이 쌓인 것으로 분석된다.

강선영 기자 kkang@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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