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희정 충남지사가 지난 3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1. 안희정 충남지사는 더불어민주당의 19대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이 한창 치열하게 전개되던 지난 3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유력 경쟁자였던 문재인 전 당 대표에 대해 분노에 가득찬 심경을 담은 글을 올렸다.

안 지사는 ‘문재인 후보와 문 후보 진영의 비뚤어진 태도에 대해’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글을 통해 자신이 논란을 일으킨 ‘대연정’, ‘선의’ 발언과 문 후보의 ‘전두환 장군 표창’ 발언 등과 관련, “문 후보가 자신에겐 관대하면서 타인에게는 냉정하다”라며, “자신의 발언은 ‘정책 비판’이라고 보고 남의 발언은 ‘네거티브’로 규정하는 태도가 비뚤어졌다”라고 비판했다.

안 지사는 “문 후보는 끊임없이 자신의 발언을 왜곡하고, 교묘히 공격했다”, “문 후보와 문 캠프가 얼마나 타인을 질겁하게 만들고, 정 떨어지게 하는지 아느냐. 사람들을 질리게 하는 것이 목표라면 성공”라고 질타했다.

이어 “(문 후보 측이) 그런 태도로는 집권세력이 될 수 없고, 성공적인 국정 운영이 불가능하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미워하면서 결국 자신들도 닮아버린 것이 아닐까?”라고 강한 불만을 직접적으로 토로했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일러스트로, 이틀 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당선 기념행사에서 문 대통령의 볼에 뽀뽀를 하는 모습을 그렸다.

#2. 19대 대선이 치러진 지난 9일 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당선 기념행사에 참석한 안 지사는 문 대통령의 볼에 기습적으로 뽀뽀를 했다. 이 모습은 국내·외 언론에 보도되면서 큰 화제를 모았고, 안 지사는 11일 자신의 페이스북과 트위터 사진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뽀뽀를 한 장면을 그린 일러스트로 바꿨다. 이 그림에는 마치 정식 교제에 들어간 연인을 빗대 ‘오늘부터 일일이다!’라는 말풍선도 달렸다.

안 지사는 이날 도청 기자실을 찾아 문 대통령의 볼에 축하 뽀뽀를 한 것에 대해 “국민들에게 재미를 줬으니, 좋은 일”이라고 말했고, 문 대통령의 첫 인사에 대해서는 “무난하고 자연스러운 인선”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한 뒤 “충청의 많은 인재가 문재인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뛰겠다”라고 발언했다.

자신의 입각 가능성에 대해선 “도지사직을 성실하게 수행하고 임기를 마칠 것”이라고 했고, “장항선과 내륙철도 등 사회기반시설 확충과 저출산·고령화 등에 따른 복지 재원 확보, 미세먼지와 석탄화력발전소 문제 등 충남 현안이 문재인 정부에서 잘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약속했다.

대선 이전과 이후로 놓고 볼 때, 안 지사는 불과 40여일 만에 표변(豹變)한 셈이다. 물론 안 지사는 지난달 3일 경선 패배가 확정된 직후 결과에 승복하며 문 대통령을 지지했고, 안 지사의 부인 민주원 씨와 장남 정균 씨는 현직 단체장으로 선거운동이 제한된 남편과 아버지를 대신해 문 대통령을 적극 도왔다.

친노(親盧) 동지이기도 한 문 대통령에게 “질린다”, “정 떨어진다”라고 불쾌감을 표출했던 안 지사가 민주당 지지자들 앞에서 문 대통령에게 뽀뽀를 감행하는 오버(?)로 불편했던 날카로운 신경전이 전개된 경선 과정에서의 감정의 골을 한방에 메우려는 듯한 인상을 줬다.

정치권에선 안 지사가 진한 스킨십을 마다하지 않고 발빠르게 친문(親文)의 이미지를 심는 것에 대해 “다분히 차기 대권 도전을 위한 포석”으로 풀이하고 있다. 5년 뒤 민주당의 대선주자는 바로 나라는 점을 전 국민에게 각인시키려는 의도가 내포돼 있다는 것이다.

안 지사가 12일과 13일 경남 양산 통도사에서 자신의 선거를 도왔던 의원들(박영선·강훈식·기동민 등)과 단합대회를 가진 데 대해서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당내 역학 구도의 재편이 예상되는 가운데 안 지사가 ‘포스트 문재인’을 꿈꾸며 당내 세 규합에 나선 게 아니냐”라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통도사는 지난 3월 말 안 지사가 호남 경선에서 패한 뒤 반전의 계기를 모색하고자 찾았던 곳으로, 일각에선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정당정치가 바로 서야 한다는 지론을 가진 안 지사가 차기 당권에 도전할 수 있다”라는 관측도 흘러나오고 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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