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헌 신임 청와대 정무수석(오른쪽)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자유한국당을 방문, 정우택 원내대표를 만나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충청 출신의 청와대 정무수석과 제1야당 대표 권한대행이 첫 만남에서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충북 청주 상당구를 지역구로 둔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15일 인사차 예방한 충남 홍성 출신의 전병헌 신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교과서 폐지와 세월호 및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재조사 지시 등을 두고 “야당 말을 잘 듣는 것이 소통의 원칙이다. 귀와 마음을 열어 우리의 목소리를 많이 담아주시길 부탁드린다”라며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

이어 “대통령께서 우리 당사를 직접 방문해 주시고 야당과 같이 협치하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몇 가지 지시사항을 보니, 우리와 조금 소통을 해주셨으면 좋았을 뻔했다”라고 한국당과의 ‘불통’에 불만을 표했다.

정 권한대행은 그러면서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모든 게 이뤄지는 것 아니라고 본다. 정치권과 합의가 있었으면 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전 수석은 “부족한 점이 있으면 늘 말씀해 주시고, 소통해야 할 일이 있으면 불러주셔서 약간의 대화만 하더라도 쉽게 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언제든지 와서 경청하고 소통하겠다”라고 답했다.

또 “여야 모두 국가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하나다. 단지 생각과 방식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응수(?)했다.

한편, 전 수석은 이날 국회에서 정 권한대행을 예방한 뒤 기자들에게 “문 대통령께서 (정 권한대행에게) 각별한 안부를 전하라는 말씀이 있어 전했다”라고 밝혔다. ‘각별한 안부’라는 표현은 여소야대 정국에서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선 제1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고려해 사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 수석은 자신이 김대중 대통령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할 때 정 원내대표가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내는 등 과거 인연이 있다고 소개했다. 당시 ‘DJP(김대중·김종필) 연대’에 따라 자유민주연합 소속 재선 의원이었던 정 권한대행은 2000년 자민련 정책위의장을 거쳐 2001년 해수부 장관에 임명됐고, 전 수석은 1998~2002년 청와대에서 정무비서관·정책기획비서관·국정상황실장 등을 역임했다.

정 권한대행이 전 수석에게 “3선 의원 출신이고, 정치를 잘 이해하고 있어 정무수석으론 적임자”라고 치켜세우며 “충청도 끼리 만나 더 반갑다”라고 말한 것도 이 같은 각별한 인연과 무관치 않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서울=강성대 기자 kstars@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