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방사성 탄소연대 측정기업

‘흙수저’라는 말이 씁쓸한 세태를 반영하는 의미로 자리한 사회에서, ‘꿈수저’로 희망을 푸는 주부 CEO가 있다. ㈜다인스 김은경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그가 대학을 졸업한 후 ㈜다인스를 설립하기까지의 여정은 자못 흥미롭다. 자녀를 둔 직장인이었던 김 대표는 한때 여러 회사를 전전하고, 때론 계약직 설움도 겪었지만, 이를 극복하고 국내유수의 ‘방사성탄소연대측정’ 기업인 ㈜다인스를 설립해 많은 이들이 주목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그 밑바탕에는 해보자는 믿음과 어려움에도 포기하지 않는 뚝심이 깔려있다.

 

#. 흙수저, 당차게 꿈을 향해 나가다

지난 2003년 한 대학의 ‘디자인학과’를 졸업한 김 대표. 대학 졸업 후 그녀가 마주한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취업 문턱은 좁았고 계약직 설움도 마주해야 했다. 어렵사리 취업을 해도 결혼 후 육아까지 감당해야 하는 주부 직장인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았다. 김 대표는 “퇴직과 이직 등을 반복하며 회사를 숱하게 옮겨야 했어요. 어떨 때는 계약직 신분에서 잘린 경우도 있었습니다. 회사를 무려 9군데나 옮겼습니다.”고 했다.

불안정한 직장생활, 결단이 필요했다. 김 대표는 개인사업을 목표로 잡은 후 이를 실행에 옮긴다. 물론 첫 발걸음을 내딛기는 쉽지 않았다. 사업 시작 몇 달은 위기의 연속. 김 대표에게 어려웠던 그때의 기억은 여전히 기억에 생생했다. “처음 시작 6개월 동안 일감이 없었습니다. 단 100만 원 매출을 올린 것이 전부였죠. 내색은 안 했지만 속으론 망할 수도 있다는 걱정도 컸습니다”라고 웃었다. 힘든 순간을 넘긴 원동력은 자신 스스로에게 걸었던 암시였다. “‘처음 시작할 때도 아무것도 없이 했습니다. 고민하지 말고 다시 발돋움해 보라’고 스스로를 다독였습니다”라고 말했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 계약직의 설움 등 흙수저로 겪어야 했던 김 대표, 아픔은 가볍지 않았지만 ‘할 수 있다’는 믿음 속 당차게 꿈을 향해 나아갔다.

#. 국내 방사성탄소연대측정 최초 기업, 도전 시작하다

김 대표가 개인사업을 하며 문화재청의 문화유산 향유, 서울시의 성저십리 문화유적 보존방안연구 프로젝트 등에 참여했던 것은 인생의 전환점 같은 일이었다. 프로젝트의 용역제안서를 공부하던 그녀는 방사성탄소연대측정 등의 일에 흥미를 느꼈고 이는 또 다른 도전으로 이어졌다. 김 대표는 ‘산업공학’ 석사 과정을 밟으며 방사성탄소연대측정 일에 관해 착실히 미래를 준비해 갔다. 지난 2013년 봄, 김 대표는 현 ㈜다인스의 전신인 ‘한국문화유산연구센터(현 ㈜다인스)’ 법인을 탄생시켰다. 한국문화유산연구센터는 1년 후 ‘많은 인적자원’이란 뜻을 담은 ㈜다인스로 이름을 바꿨다. 방사성탄소연대측정 전문기업 ㈜다인스는 그렇게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

당시 기업 환경은 만만찮았다. ㈜다인스가 태생하기 전 국내 탄소연대 측정 기술 보유 기관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 몇몇 기관 뿐이었다. 더욱이 이들 기관들은 수많은 연구를 하고 있기에 탄소연대측정이 이뤄지고 결과를 받는 과정이 수개월에서 최대 1년의 시간이 소요되는 실정이었다. 외국 전문기업은 불과 1개월 정도에 결과를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외국에 문의가 쏠리곤 했다.

김 대표는 이런 현실이 안타까웠다. 외국에 시료가 나가는 것이 적절한 일인가 의문을 품으며 적어도 방사성탄소연대측정은 외국이 아닌 국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신념을 갖게 됐다.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이 문제를 처리하면, 국내에서도 신속하고 경쟁력 있는 방사성탄소연대측정을 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김 대표는 방사성탄소연대측정 기술이전을 통해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기술이전과 함께 지질자원연구원 공동장비를 활용할 수 있으면 탄소연대측정 일을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관계자를 만나 설득을 이어갔고 지난 2013년 하반기경 기술이전에 관한 Mou를 맺을 수 있었습니다.”

우수한 인재영입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지질자원연구원에서 정년퇴임하신 박사님이 계셨는데, 설득을 거듭해 영입했습니다. 방사성탄소연대 측정기술을 갖고 있는 재능 있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당시 지질자원연구원 계약직 신분이었고 곧 계약직이 만료될 시기였죠. 그 친구를 비롯해 전문 능력을 가진 인력들을 모아 일을 시작했습니다.”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다인스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으로부터 방사성탄소연대 측정기술을 이전받은 국내 최초기업, 나아가 특출한 기술력을 지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방사성탄소연대측정과 IT를 연계한 일종의 ‘연대 분석 지도’ 시스템을 구축 중에 있다. 그녀는 이 시스템을 통해 지도에 대한 연대분포를 알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김 대표는 “지질 분야의 융복합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탄소연대측정 자료가 쌓이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우리나라 지도에 대한 연대분포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질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엄마 존경해요’ 아들의 한마디 든든한 힘

김 대표는 기업가로서의 삶의 ‘함께 가는’ 가치를 마음에 담고 있다. 자신 혼자 사업을 할 수 없고, 사업은 가치를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회의에서 직원들에게 같이 성장하고 같이 만들어가고 같이 공유하자고 이야기 합니다. ‘같이 가야 이룰 수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래서일까. 김 대표는 ㈜다인스를 통해 직원들과 성장을 해나가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우리 직원들과 프로젝트를 하나씩 끝날 때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물론 일을 따냈을 때도 좋지만, 무사히 끝나고 마무리했을 때 기분이 참 좋습니다.”

그는 사회적기업의 토대 위에 가치 있는 일을 꿈꾼다. “한 명이었던 직원이 여덟 명까지 늘었어요. 가치 있는 일을 하겠습니다.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습니다. 이 바탕 위에 회사를 키워나가고 싶어요. 토양, 숯, 뼈, 조개 등의 연도를 아는 일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젊은이들에게 특별히 주문하는 조언도 있다. 바로 배움이다. 김 대표는 자기 자신을 위해 노력하라는 당부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제가 그렇게 살아있기 때문인지 젊은 친구들이 깨어있고, 자기 자신을 놓지않고 열심히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교육 쪽으로 밀어주고 학원에 다니게 합니다. 정부에서 비용이 나오기도 하지만 회사에서도 책이나 교육비를 지원해줍니다.”

주부인 그에게 있어 아들의 한마디는 큰 힘이 된다. 김 대표는 “아들이 어렸을 때 나는 엄마처럼 안 살래. 엄마는 잠은 언제자고 언제 놀아? 그렇게 힘들게 안 살아라고 하곤 했습니다. 그런 아들이 지난해 겨울 영상편지를 보냈어요. 엄마가 존경스럽다는 내용이었는데,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포기를 모르는 사람이 좇는 꿈은 영글기 마련이다.

글=곽진성, 사진=전우용 기자

㈜다인스는 (http://www.dains.kr/#)

대전 유성 과학로 124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라운지동에 위치한 ㈜다인스는 방사성탄소연대측정을 위한 전처리 전문 기업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으로부터 방사성탄소 연대측정 기술을 이전 받은 국내 최초기업으로 최근 미래창조과학부 ‘제205호 연구소기업’으로 지정받는 등 우수한 기술력을 인정받는 기업으로 성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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