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슈 브리핑’은 한 주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이슈들을 모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이슈는 무엇인지, 그들의 시각으로 바라본 세상이 펼쳐집니다.

 

<5월 3주차 브리핑>

조중동 위에 한경오? … 독자·지지자들과 싸우는 진보언론 논란

- 우리 사회에서 ‘조중동’은 특정 목적을 위해 왜곡보도와 편파보도를 일삼는 부패 기득권 언론의 대명사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자전거와 상품권으로 쌓아올린 ‘한국 신문시장 60% 이상 장악’이라는 독점적 지위와, 혼맥과 권언유착을 통해 단단하게 형성해 온 세습사주들의 제왕적 권력은 한국사회에 무수한 해악을 끼치며 개혁의 대상으로 떠오른 지 오래다. 이런 가운데 적폐청산을 앞세운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 제3기 민주정부가 열리면서 정부와 이들 수구언론과의 긴장관계가 형성될 것이라는 건 모두가 예상했던 바이다.

- 그러나 모두의 예상이 빗나갔다. 문재인 정부 출범 10여일. 집권세력 및 지지자들과 가장 먼저 충돌한 언론은 ‘조중동’이 아닌, 이른바 ‘한경오(한겨레, 경향신문, 오마이뉴스)’로 대변되는 진보언론들이었다.

- 첫 포문은 오마이뉴스가 열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홍은동을 떠나 청와대로 이사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문재인 부부’, ‘김정숙 씨’ 등의 호칭을 사용, 네티즌들의 눈총을 샀다. “그래도 일국의 대통령 부부인데, 호칭이 너무 짧은 것 아니냐”는 불만이었다. 지극히 사소한, 별 것 아닐 수 있는 문제였다. 문제는 해당 기자가 독자들의 항의에 대응하는 방식이었다. 해당 기자는 자신의 SNS에 “영부인을 씨로 호칭하는 것은 회사 내부 방침이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부터 그렇게 불러왔다”고 해명했다.

- 당연히 사실이 아니었다. 당장 네티즌들은 육영수 여사, 김윤옥 여사, 심지어 일본 아베 총리 부인 아키에 여사 등등 오마이뉴스발 기사를 무수히 찾아내 눈앞에 내밀었고, 변명이 궁색했는지 해당 기자는 “어처구니없지만... 더는 논박하지 않겠습니다”라며 끝끝내 사과를 거부, 네티즌들의 화를 돋웠다. 이에 네티즌들은 “요즘같이 검색만 하면 다 튀어나오는 시대에 왜 뻔히 탄로날 거짓말을 하나 (chanceux)”, “과거 자신의 글을 보여줘도 당당하던데.. 대단하다 진짜 (라쿠마)”, “무슨 말이 필요합니까, 저러니 기레기 소리 듣는 거죠. (싸상)”, “저도 앞으로 오마이 기자를 우리집 내부합의를 통해 ‘기레기’라 부르기로 했습니다. 내부 방침이니 기분 나빠도 항의하지 마세요 (그대잘가라)” 등등의 반응을 보였다.

- 이들의 분노가 채 가라앉기도 전, 다시 한 번 기름을 끼얹는 일이 벌어졌다. 이번엔 한겨레였다. 오마이뉴스 호칭 논란이 벌어진 지 이틀 뒤인 15일, 한겨레의 간부급 기자가 자신의 SNS에 ‘덤벼라 문빠들’이라며 도발적인 글을 올린 것이다. 이 기자는 최근 진보언론에 대한 네티즌들의 비판이 불편했던 듯 “우리가 살아낸 지난 시절을 온통 똥칠하겠다고 굳이 달려드니 어쩔수 없이 대응해줄게. 덤벼라 문빠들”이라고 비판세력에 대해 사실상의 선전포고를 했다.

- 이에 진보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분노와 항의의 글이 빗발쳤고, 해당 기자는 즉시 글을 내린 뒤 3시간 만에 “죄송하다. 술 마시고 하찮고 보잘 것 없는 밑바닥을 드러냈다”며 사과글을 올렸다. 그러고도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결국 한겨레는 16일 회사 명의의 사과문을 다시 올렸고, 해당 기자도 2차 사과문을 올려 “선량한 시민을 (문빠라고) 낙인찍는 글이었다. 반성하고 성찰하며 깊이 자숙하겠다”며 SNS를 계정까지 비활성화시켰다.

- 그럼에도 온라인 커뮤니티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했다. “본인들은 천상계에 존재하는 우월한 지식인이라 생각하니 저런 글이 나오지. 우린 그걸 선민의식이라 부르고 (내옆에참이슬)”, “이만큼 사과했으니 넘어가 개돼지야~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네 (purplebj)”, “내가 군대에서 많이 들은 말이 하나있지. 고참한테. ‘야!!! 죄송하다하면 군생활 끝나냐? 퍽퍽퍽!!!’ (월향ss)”, “사과? 됐어... 우리 피차 서로를 잘 알잖아 (옥시기)”, “저런다고 반성할 무리가 아니죠. 그냥 일단 판매량 줄어드니까 조치를 취한 정도이고... (아이신기오로)” 등등의 불신의 글이 넘쳐났다.

- ‘한경오’의 당당한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경향신문이 빠져서 아쉬웠던 것일까? 논란의 대미는 경향신문이 장식했다. 경향신문은 지난 12일 자사 SNS 계정에 문재인 대통령의 일정을 소개하며 “비정규직 1만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국정교과서를 폐지하고, 반부패비서관에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를 하다 좌천당한 인사를 임명했다. 그리고 밥도 혼자 퍼서 먹었다”고 썼다. 뉘앙스가 묘하긴 해도 이 때 당시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 했지만, 한경오 논란이 뜨겁던 15일 한 네티즌의 SNS 캡쳐 화면이 각 온라인 커뮤니티마다 급속도로 퍼지며 ‘미운 한경오’ 논란의 빠진 고리를 채워넣었다.

- 해당 글에 따르면 경향신문에 전화를 걸어 “밥 퍼 드셨냐”고 하자 직원이 버럭 화를 냈다는 것이다. 일개 사인(私人)에게 해도 화를 낼 말을, 정작 그 당사자 신문은 국가원수를 상대로 버젓이 사용했으니, 이상해도 많이 이상한 상황이었던 셈.

- 이에 네티즌들은 “기자라면 ‘퍼 먹다’가 상스런 표현인거 알텐데. 최소 ‘밥도 혼자 담아 먹었다’라고 했어야지 (야다)”, “팔사오입의 경향인데 당연히 의도한거죠 (무한지지)”, “탈권위 하자했지 탈예의는 아니지 말입니다 (zane14)”, “한겨레에 뒤질까봐 분발하는 경향 (흙맛)”, “대통령 잘 뽑아서 떨어질대로 떨어진 국격 좀 올라가고 있는데, 언론도 그 격좀 맞춰주면 안돼요? (아니)”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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